친박 녹취록 파문…웃을 수만 없는 비박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이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녹취록 파문으로 고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친박의 혼란에 비박이 전대에서 우세를 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비박도 마냥 웃을 만은 없는 상황이다. 녹취록 파문으로 새누리당 이미지 자체가 추락한 상황이라, 내년 대선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상현·최경환 의원과 현기환 전 정무수석의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으로 친박과 청와대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권 장악에 나섰던 친박은 서청원 의원의 당 대표 경선 불출마 선언과 계파 후보의 난립으로 위기에 몰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박이 이번 전대에서 패배한다면 소멸 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비박에게도 마냥 즐거운 상황만은 아니다. 친박의 녹취록 파문은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녹취록이 친박의 악재이기도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새누리당 전체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줬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도를 살펴 보면 새누리당은 전주에 비해 2.9%포인트가 오른 32.9%를 기록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상황은 다르다. 주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논란으로 결집 지지층이 결집해 상승세를 보였던 지지율이 녹취록 파문이 격화된 20일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당·청 지지율이 지난주 주말부터 주 초중반까지 이어진 각종 사드 및 대북 안보 관련 다량의 언론보도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주초 강세로 출발했으나,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 사건’과 ‘친박실세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으로 주중 약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녹취록 파문이 심상치 않자 비박 당권 후보들은 당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비박 당권 주자인 김용태 의원은 녹취록에 대해 “새누리당을 특정 패권이 좌지우지했다는 증거”라며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자신들의 정치적 위상을 과시했다”고 친박계를 비난했다. 비박의 이같은 요구는 친박을 공격해 전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해 당에 대한 민심 이탈을 막고자 하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비박의 이같은 요구에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이유 여하를 떠나 송구하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원칙에 따라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비박의 '진상조사'요구에 대해 거절의 뜻을 밝힌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더 이상 이전투구는 안 된다. 계파 투쟁으로 뒤늦게 책임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녹취록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전대 흥행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당에 실망감을 느낀 당원과 일반 국민이 전대에 불참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전당대회가 계파 투쟁의 장으로 비춰지는 것도 문제지만, 전당대회 자체가 외면을 받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니겠느냐"며 흥행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