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녹취록 공개에 앞서 계파 갈등에 고민,두 차례나 출마 선언 미뤄지지모임인 '청산회' 회동 이튿날 전격 불출마 선언애초 서 의원에게 당권 도전은 거부해야 할 '독배' 친박계는 국민 백서에 이은 녹취록 공개에 반발
김무성 전 대표와 서청원 의원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정권 재창출'을 명분으로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던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8선)이 19일 "더이상 전당대회 대표경선 과정에서 제가 거론되지 않길 바란다"며 8·9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서 의원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대표 경선에 출마할 군번이 아니다'라고 일관되게 말씀드렸다"면서 "주변의 많은 권유로 고민했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제가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판단의 기준은 '당의 화합'과 '정국 안정', '정권 재창출'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은 제가 나서기 보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라며 "당내 최다선으로서 새로운 대표와 지도부에 병풍이 되어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서 의원의 불출마를 놓고 정치권에선 '예정된' 퇴각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출마를 요청한 '윗선'과 측근들에게 최대한 고민했다는 모습만 보여준 채 출마를 접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같은 강경파 친박(친박근혜)계인 최경환.윤상현 의원의 총선 공천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록 공개가 결정타가 됐다. 서 의원을 둘러싼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탓이다. 앞서 강경파 친박계 의원들은 서 의원의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내부에선 이상기류가 감지돼 왔다. 서 의원의 측근들은 지난 13, 18일께 서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선언이 무산된 직후 출마 선언일은 다시 20일로 바뀌었다. 하지만 서 의원의 최측근인 이우현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은 아직 절반 수준"이라고 전했다. 서 의원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오는 8·9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출마라는 '독배'를 강요받았다. 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포기한 채 당선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는 당권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지난 주말 "바람을 쐬겠다"며 1박2일 일정으로 지방에 내려갔다. 매일같이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몰려드는 친박계 인사들의 출마 권유를 피해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그는 이 잔을 마실지를 놓고 막판 고민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서 의원의 사조직인 '청산회'는 지난 18일 긴급 회동에 나섰다. 이우현 의원이 주도하는 만남에선 임원진 3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당 안팎에선 서 의원이 오랜 설득에도 불출마 의사를 꺾지 않자 측근들이 모여 마지막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했다. 이 자리에는 참석한 인사들 가운데 현역 의원은 2명 안팎으로, 나머지는 대부분 원외당협위원장들이었다. 새누리당의 원외당협위원장 대다수는 서 의원의 당권 도전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서 의원은 지지모임인 청산회 회동 이튿날인 이날 오전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측근은 "(서 의원은) 애초 출마 명분으로 계파 통합을 통한 합의 추대를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친박계 내부에서조차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데다 비박계가 십자포화를 퍼부으면서 갈등했다"고 전했다.
파문을 일으킨 녹취록 공개에 앞서 여지껏 고심해 온 배경은 계파 간 대결구도 때문이었다. 출마는 곧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대결 구도를 뜻하기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7일 발표된 여당의 '국민 백서'가 4ㆍ13총선 패인으로 공천 갈등을 가장 크게 지적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한편 새누리당은 오는 22일 선거인단 명단 열람 공고로 전당대회 공식 일정에 돌입한다. 이날까지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의원은 이주영ㆍ정병국(5선), 주호용ㆍ한선교(4선), 김용태ㆍ이정현(3선) 의원 등 모두 6명이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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