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크라우드펀딩 기업을 가다]공인된 외부평가 도입…소액투자자 2000명 몰려

<10>크라우드펀드미

- 톰마소 대표 "투자자 신뢰도 높이는 과정 필요…자금조달 성공 위해선 일반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쉬워야"

크라우드펀드미 사무실 전경

[밀라노(이탈리아)=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가능성이 있지만 일천한 업력과 작은 몸집 탓에 제도권 금융기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아이디어를 수없이 봤다. 다른 형태의 자금조달 방식이 필요했다. 인터넷이 가장 효과적인 인프라(infrastructure)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참고할 만한 성공사례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탈리아 특유의 보수적인 금융시스템 내에서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하고 기업을 키우는 게 가능한지 자신할 수 없었다.  '크라우드펀드미(Crowdfundme)'를 2013년 설립한 톰마소 발디세라 파케티(Tommaso Baldissera Pacchetti) 대표가 해 온 고민의 궤적이다. 이 회사는 기술 담당자와 마케팅 담당자 등 직원 수가 4명에 불과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주목받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업체로 꼽힌다. '큰손'의 투자 비중이 높았던 1세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달리 2000명이 넘는 소액투자자들을 참여시키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20일 밀라노의 국립미술대학 브레라(BRERA) 인근의 오피스에서 만난 톰마소 대표는 확신에 찬 어조로 이야기를 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부터 사업을 구상하면서 쌓은 '내공'이 인터뷰에서 드러났다.  ◆크라우드 성공 가능성을 발견하다= 그는 대학 졸업 이후 아버지와 아버지의 지인들이 만든 '닥터덴티스트'라는 닷컴 사업을 돕기 시작했다. 정보통신 기반의 자금조달 시스템의 성공 가능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의 닷컴 사업은 이탈리아 각 지역에 퍼져 있는 11개 병원을 홍보하고 병원연계 등 환자에게 의료지원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는 "지금 운영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10만유로(1억2600만원)로 제한된 연간 예산을 가지고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일을 통해 인터넷을 통한 사업의 가능성과 네트워크 구축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원 1명으로 시작한 닥터덴티스트는 몇 년 만에 직원을 50명 고용하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가능성을 발견한 톰마소 대표는 닥터텐티스트를 떠난 직후 영국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참고해 크라우드펀드미를 설립했고, 2015년 7월 이탈리아 금융감독기관인 CONSOB에 공식 등록했다.  크라우드펀드미는 플랫폼 업체로 등록한 이후 9개월 동안 총 3개 스타트업 업체의 펀딩을 진행했다. 1개 업체는 자금조달에 성공했고 1개 업체는 실패했다. 현재 임대부동산 관리를 대신하는 스타트업 업체를 대상으로 세 번째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올 들어 자금조달에 성공한 스타트업 업체는 장거리 물품운송을 원하는 사람과 장거리 이동을 계획한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톡톡박스(TOC TOC BOX)'라는 기업으로, 투자금 12만1000유로(1억5700만원)를 모았다. 크라우드펀드미도 투자금의 약 7%를 중개수수료로 받아 처음으로 매출이 발생했다.  

톰마소 발디세라 파케티(Tommaso Baldissera Pacchetti) 크라우드펀드미 대표

◆크라우드 펀딩 '성공의 조건'= 크라우드펀드미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스타트업 업체가 실제로 플랫폼을 통한 자금조달 단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1차로 매월 200개의 사업 아이디어 또는 스타트업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1차 경쟁에서 살아남은 스타트업 기업은 다시 밀라노 공과대학에 있는 '폴리허브'라는 전문 스타트업 기업평가 업체에 의뢰해 사업성을 평가받는 단계를 거친다. 톰마소 대표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만큼 투자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인된 외부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을 통한 자금조달 성공조건으로 시의성, 참신성 그리고 '3분 스피치'를 꼽았다. 크라우드펀딩 성공의 조건으로 '3분 스피치'를 꼽은 이유는 일반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펀딩에 실패한 '스페이스엑스'라는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구성원들의 전문성은 뛰어났지만 투자자들에게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소통능력이 부족했고, 간결하게 설명하는 데도 실패했다"며 "무엇보다 설명이 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업체보다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준비를 해 온 덕에 플랫폼 가입자 수가 2128명에 달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톰마소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우선 플랫폼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신뢰도에 있는 만큼 신뢰도를 높여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는 게 목표다. 톰마소 대표는 "일부 플랫폼 업체의 경우 전문투자자에 의존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크라우드펀딩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 전문투자자의 비중보다 일반투자자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잠재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톰마소 대표가 바라보는 이탈리아 크라우드펀딩시장 전망은 어떨까. 그는 이탈리아 노년층이 은행 금고에 묶어 둔 자산의 1%만 크라우드펀딩시장으로 유입된다면 새로운 투자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톰마소 대표는 "이탈리아에는 4000개 이상의 스타트업 업체가 있고 약 70만명이 종사하고 있다"며 "크라우드펀딩시장이 새로운 혁신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정도로 저변이 확대된다면 답보상태인 이탈리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고질적인 젊은 층 실업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한국언론진흥재단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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