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여주지역 수해현장에서 공무원 등 자원봉사자들이 수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폭우 속에서 도로를 운행하던 차량이 물에 고립돼 탑승자가 사망했다면 자연재해일까, 교통사고일까? 정답은 교통사고다. 무슨 상관이냐 생각이 들겠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보상 주체가 달라지는 중요한 문제다. 자연재해로 인정될 경우 정부가, 교통사고라면 민간 보험사가 각각 보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5년 8월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A씨 가족의 사고가 대표적 사례다. A씨 가족이 탄 차량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 황급히 승용차에서 빠져 나왔지만 그만 아이가 급류에 휩쓸려 내려가 사망하고 말았다. A씨 가족은 "교통사고니 보험사가 보상하라"며 3000만원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운전 중 사고가 아닌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라며 거부했다. 결국 재판에 갖고, 법원은 "아이의 사망은 자동차의 운전 중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자연재해가 아닌 교통사고인 만큼 보험사가 전액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태풍, 홍수, 강풍, 풍랑, 대설, 해일 등 자연재난이 발생할 경우 인명ㆍ재산피해에 대해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등에 따라 보상해주고 있다. 하지만 매우 까다로운 기준과 절차를 통해 제한적으로 보상을 실시하고 있어 피해자들의 입장에선 보상 대상인지 아닌 지 관련 법 규정을 세밀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 ◇ '자연재난'이란?16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관련법상 보상 대상이 되는 '자연재난에 의한 인명피해'란 우리나라 영토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3조 제1호 가목의 자연현상으로 인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 실종, 또는 부상한 경우를 말한다. 본인의 귀책사유에 의한 경우에는 대상에서 제외한다. 여기서 우리나라 영토의 범위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우리나라의 행정력이 미치는 연근해 해상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선박이 인도양에서 조업 중 태풍에 의해 침몰한 경우나 자연현상에 의한 비행기 사고는 제외된다.[순천농협 임직원들이 전경들과 함께 낙안지역의 태풍 피해 농가를 방문해 파손된 시설하우스를 치우고 있다.]
◇귀책사유란?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본인의 '귀책사유'는 일반적으로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된 기상 현상이 특보 발령 기준에 미달됐을 때를 말한다. 즉 ▲하천인 경우 강우로 인해 피해 지점의 수위가 경계수위 이하인 때, ▲경계수위가 지정되지 않은 하천에의 경우 피해당시의 수위가 최대통수 가능 유량의 절반 미만인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강우량으로는 ▲6시간 강우량이 70㎜ 미만인 때 ▲12시간 강우량이 110㎜ 미만인 때 ▲ 시간당 강우량이 30㎜ 이하인 때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밖에 ▲풍속이 초속 14m 이상이 3시간 미만 지속되거나 파고가 3m 미만인 때 ▲24시간 신적설량이 5㎝ 미만인 때 등도 보상 대상이 아니다. 단 이같은 기상 상황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자연재난임이 명약관화 할 때에는 보상해 준다. ◇본인의 부주의ㆍ태만 여부가 핵심 기준이와 함께 본인의 현저한 부주의ㆍ태만에 의한 피해를 당한 경우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강우, 강설, 안개 등 기상으로 인해 발생한 자동차, 선박, 비행기 사고 등 교통관련 피해도 대상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악천후에 따라 위험이 예상되는 등산로, 저지대 침수지역, 하상도로 등에 대해 출입 통제를 실시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행동하다 피해를 당한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대피 경고 또는 퇴거 지시ㆍ권고를 받았지만 불응했을 때, ▲하천 바닥이나 세월교(잠수교)에서 야영중 불어난 물에 의해 사망ㆍ실종된 경우 ▲선박의 입ㆍ출항 통제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기고 출항해 입은 피해 ▲물에 잠긴 도로나 교량으로 무리하게 차를 몰고 가거나 걸어가다 급류에 사망ㆍ실종된 경우 ▲불어난 하천 물 구경을 하거나 낚시 등을 하다가 급류에 휩쓸린 경우 ▲위험요인이 있는 가운데 농작물 관리를 위해 나갔다가 본인의 과실로 급류에 휩쓸린 경우도 해당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