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올 하반기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암흑 상황에 놓였다. 내수와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까지 여파를 미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이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별다른 대책 없이 이대로 상황이 유지된다면 2%대 중반 경제성장률도 지키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5년간 경제성장률이 3%를 넘은 것은 2014년(3.3%)이 유일하다. 2012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2.3%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2013년 2.9%로 오른 후 2014년 3%를 넘어섰으나 2015년 2.6%를 기록, 2%대로 다시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1월 3.4%로 예상했다가 10월 2.7%로 수정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지난해 경제성장률(2.6%)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다.◆내수·수출 부진 여전…'2%대 중반' 지킬 수 있을까 = 한국은행이 14일 경제성장률을 지난 4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춘 2.7%로 제시한 것은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지난달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세계 교역 부진이 생각보다 크고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경제 성장률이 주춤할 수 있다며 성장률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우선 우리 경제 주력 분야인 수출이 부진하다. 당장 브렉시트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대폭 커지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된 상태다. 브렉시트 이후 다소 상황이 진정됐다고는 하지만 여파는 장기적으로 계속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시장은 안정됐지만 실물적인 부분에서는 아직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며 "글로벌 기업 등이 투자를 결정할 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그나마 내수가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소비 등 내수는 개선 움직임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되고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될 예정이라 내수의 하방 리스크는 여전하다. 게다가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잠시 과열됐던 부동산 경기가 진정되고 하반기에 주택경기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기업의 설비투자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돼 내수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본격적으로 시작된 조선·해운업 등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도 남아있다.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0.3%를 기록했다. 6월 기준으로는 IMF 외환 위기 여파로 청년실업률이 높았던 1999년 6월(11.3%)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구조조정 여파로 조선업이 몰려있는 지역의 실업률이 크게 올랐다. 이에 내수 회복은 시기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한은 경제 살리기 총력…유일호 "추경 없으면 성장률 2.5% 내외로 하락" = 정부는 올 하반기 부진을 막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말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추경 규모는 10조원 정도다. 이 중 경기보강을 목적으로 한 금액은 절반 이상인 5조6000억원 가량일 것으로 보인다.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지난해 성장률이 2.6%였는데 (추경이 없었다면) 2.5% 이하가 됐을 것"이라며 "(추경편성으로) 성장률 0.2%포인트 정도의 (제고) 효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15일 새누리당과 당정 협의회를 열고 추경 편성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이 총재도 저물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물가설명회에 나선다. 이 총재는 14일 오후 2시 한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의 물가안정목표운영상황을 설명하고 물가안정목표 달성을 위한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등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이 설명회는 한은이 물가목표를 달성하지 했을 때 이에 대한 설명을 하는 자리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로 정하고 6개월 연속 목표치보다 ±0.5%포인트 이상 이탈하면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하지만 추경과 같은 이같은 대응이 실제 내수나 수출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줄 지는 미지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추경의 경우 거의 매년 하고 있어 안하게 되면 성장률이 더 떨어지겠지만 전년 동기에 비해 성장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크게 높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둔화속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긴 하겠지만 하반기에 경기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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