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트럼프, 중국서 의외로 인기

SNS 팬클럽까지…자유·인권 들먹이는 클린턴보다 솔직하고 실용적이란 평가

(사진=블룸버그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중국이 대미(對美) 무역에서 득을 보고 있다. 우리는 중국이 미국을 계속 '성폭행'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훔치고 있다."미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사진)의 발언이다. 자국을 향해 이런 극단적 표현까지 일삼는 인물에 대해 지지하는 중국인이 과연 있을까. 많지 않지만 실제로 존재한다. 미 CNN방송은 점차 늘고 있다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중국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웨이보(微博)에는 '도널드 트럼프 슈퍼팬 클럽', '신제(神帝) 트럼프' 같은 이름의 소규모 온라인 단체가 형성돼 있다.여기에 "미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공허한 약속만 늘어놓지만 트럼프는 자기 말을 실천으로 옮기는 왕"이라거나 "트럼프는 솔직하고 실용적인 인물"이라고 칭송하는 글도 있다.트럼프 팬들은 사회적 관용과 점잖은 태도를 집어 던진 듯한 그의 거침없는 언행에 환호한다. 이들은 중국의 인권과 정치적 자유에 대해 들먹이는 클린턴과 달리 트럼프가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클린턴보다 트럼프가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홍콩 봉황위성TV(鳳凰衛視)의 우쥔(吳軍) 정치평론가는 최근 방송된 토론 프로그램에서 "트럼프가 중국에 가장 이로운 미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미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실용주의적인데다 트럼프는 자기의 상업적 이익을 중시하는 인물"이라며 "클린턴이 당선될 경우 중국에 매우 비우호적인 미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했다.트럼프가 중국에 얼마나 우호적인지 알 길은 없다. 그는 대(對)중국 사업으로 수십억달러를 거머쥐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중국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알려진 바 없다. 중국인들이 트럼프가 보유한 호텔, 골프장, 부동산 업체의 고객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트럼프라는 이름이 붙은 의류ㆍ액세서리가 중국에서 생산된다.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한 동영상에서 트럼프는 3분 사이 중국이라는 단어를 200번 이상 내뱉었다.트럼프가 지난해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로 돌풍을 일으키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중국인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지난 1월 트럼프는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4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재무장관)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러나 중국인들은 미 대선 시즌만 되면 후보로 나선 이들이 으레 중국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게 마련이라며 덤덤하게 여긴다.베이징(北京)대학 동북아전략연구센터의 왕둥(王棟) 소장은 "친(親)기업적인 미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친중국은 아니어도 중국에 좀더 실용적이고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리라는 게 많은 중국인의 판단"이라며 "중국인들은 자국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선거용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난징(南京)대학 남중국해협동혁신연구센터의 주펑(朱鋒) 소장도 "미 대선 기간 중 강경 발언을 일삼은 후보라도 백악관에 일단 입성하면 태도가 누그러지게 마련"이라며 "중요한 것은 미 대선 후보들이 중국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지만 균형 맞추는 법도 알고 있다는 점"이라고 거들었다.미군의 대외 역할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 역시 중화주의자들에게는 달콤한 음악이다. 이들은 중국이 아시아 최대 군사강국으로 미국의 군사력에 도전하기를 원한다. 이들은 트럼프의 주한ㆍ주일 미군 철수 시사 발언이 중국의 군사 목표와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거슬리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듯한 그의 발언이다.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반대하는 것도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TPP는 중국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중국인들은 트럼프의 반(反)이민 성향, 무슬림의 미 입국을 금해야 한다는 주장에 아무 관심이 없다. 사실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무슬림에 대한 일부 중국인의 반감과 맞물리는 부분도 있다.반면 국무장관 재임 시절 '아시아 중시 정책'을 주도한 클린턴에 대해서는 중국인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일부에서는 정치가 오락이 아니고 참신하다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비판한다. 정치적 경험은 별로 없이 개성이 지나치게 부각될 경우 이해집단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채 권력만 남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트럼프를 둘러싼 중국인들의 감정은 복합적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그가 혼돈의 씨앗을 뿌리고 다니는 인물로 '미국병'이 낳은 산물이라고 꼬집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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