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여성 리더십은 어린이집 확장에서 시작된다

홍의숙 인코칭 대표

인코칭은 직원이 모두 여성이다. 리더십 코칭 교육 회사이라는 점 때문에 고객의 감정에 공감할 줄 알고 빠르게 대응하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선호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원 여성 직원들로 구성되었다. 가족친화형 기업으로도 선정되고 경력단절여성도 채용하며 여성의 사회활동을 권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바로 직원들의 육아 문제이다. 많은 여성들이 20대 중반에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결혼 평균 연령이 30세 초반인 것을 고려할 때 35세 정도 되면 한명에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또한 직장생활도 10년차를 맞이하며 기업의 중간관리자이자 전문가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30대에서 40대 여성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내용은 바로 양육 문제, 그 중에서도 어린이집과 유치원 부족의 문제이다. 아이를 맡길 곳이 거의 없어 영유아인구 대비 어린이집ㆍ유치원 공급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것이다. 대부분 정부에서 지원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기고 싶지만 많은 경우 70명 정원에 대기 신청인이 200~300명에 이르기 때문에 자녀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들어갈 곳이 거의 없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이런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며느리와 딸을 통해 서울시 어린이집 전체 상황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지역에서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부족으로 여성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근 생긴 시간제 보육제도는 몇 군데 없고 맞춤형 보육제도는 연봉이 조금이라도 높은 여성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아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나에게 점심이라도 먹자고 코칭을 의뢰하는 젊은 여성들은 대부분 육아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능력 있는 여성들은 시댁 혹은 친정에 자녀를 맡기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지만 이것도 부모님이 연로해지시고 양육 스타일이 다르면 가족 갈등으로 확대되는 것을 수없이 들어왔다. 자녀를 돌봐줄 가족이 근처에 없을 경우 더 문제가 심각해진다. 비혼을 선호하든지 자녀를 낳을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5년째 합계출산율 1.3 이하의 초저출산국가인데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출근 전에 아이를 맡길 곳도 없고 퇴근도 빨리 해야 되며 자녀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아이들에게, 직장동료들에게 나쁜 사람이 되는 상황을 누가 만들었는가? 이렇게 안팎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높은 생산성이 나올 수 있겠는가? 기업에 육아문제를 이전할 경우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여성인력을 뽑으려고 할까? 최근 베스트셀러인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을 읽고 여성들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프랑스의 문화수준이 아닌 바로 아이를 쉽게 맡길 수 있고, 훌륭한 교육을 받은 최고의 선생들이 자녀를 교육하며, 최상의 음식을 제공하는 데 있었다. 가임기 여성이 대부분인 가족 친화형 기업의 CEO로서 나는 결혼과 출산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육아' 문제가 해결된다는 전제 아래에서이다. 한국여성벤처협회 수석 부회장으로, 가임기 여성들의 CEO로, 여성리더십 프로그램 WING (Women International Network Group) 개발자로, 딸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두 손녀의 할머니로 나는 여성 리더들에 대한 책임을 크게 느끼고 있다. 여성리더십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마음 놓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곳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성리더십은 다른 곳이 아닌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확장에서 시작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더 많은 능력 있는 여성들과 일하고 싶다. 그리고 그녀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홍의숙 인코칭 대표<ⓒ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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