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회의대신 심층토론…불꺼지지 않는 코레일

사장 직속 전략기획실 아이디어 발굴, 월례조회 없애고 능력인정 조직문화 쾌속 정착

코레일의 체질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일방적 지시에서 토론으로 업무방식부터 바뀌었다. 지시 형태의 업무는 빠르지만 조직 내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토론하려면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 최근 대전 소재 코레일 본사 사무실 곳곳에서는 밤늦게까지 불켜진 경우가 눈에 띈다. 공부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사진은 코레일 대전 본사.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조직 혁신 속도가 화제다. 공기업 특유의 연공서열 중심 체계, 틀에 박힌 업무체계를 떨쳐내고 능력과 성과로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1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5월 홍순만 사장 취임 직후 업무 회의와 각종 보고 문화가 파격에 가까울 정도로 바뀌었다. '회의를 위한 회의, 보고를 위한 보고' 대신 효율적 방법을 채택한 게 핵심 포인트다. 업무 보고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화, 메신저, 카카오톡, 밴드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다. 회의 자료는 A4용지 한 장 정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토론 형태로 결론을 도출하는 것도 변화다. 미리 결정해놓고 밀어붙이는 대신 설득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활용한다.업무시간 낭비 요인으로 지적돼온 월례조회 역시 없앴다. 대신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업무 우수사례를 발표하는 시간으로 채우고 있다. 발표 후에는 본사와 지역본부 임직원들이 휴대폰 문자투표를 통해 순위를 매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방식이다.실속을 챙기는 풍토로 체질이 바뀌며 근무태도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임직원 스스로가 각종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위해 야근도 불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주변에서 늦은 밤 환하게 불을 밝히는 코레일 사옥이 익숙한 풍경이 됐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말했다.이 같은 분위기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 과거의 행태를 답습해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풀이해 볼 수 있다. 코레일은 지난 달 신속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주도할 전략기획실을 사장 직속으로 신설하며 혁신을 예고했다. 경영, 법률, 안전, 기술 분야 전문가 30여명으로 구성된 전략기획실은 각계각층의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 전략사업화하고 각 사업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업무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안전, 고객서비스 등 핵심 현안을 놓고 전 임직원이 '계급장을 떼고' 참여하는 심층토론회도 조직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철도기술연구원, 민간기업 등 관계 기관 담당자도 가세해 '끝장토론'을 벌인다. 코레일 관계자는 "심층토론회 수준이 높다보니 간부들이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공'하는 분위기"라며 "자유토론 방식이어서 충실하지 못한 발표를 하게 되면 금방 비교가 되고 질문이 들어올 수밖에 없어 전문분야를 넘어 업무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홍 사장도 토론 내용을 꼼꼼히 챙기며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는 후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모두가 창의적인 생각으로 접근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며, "국가와 고객을 존중하고 임직원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코레일 만의 기업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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