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이번 주 여의도 증권가 사람들을 만나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화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였다. 충격이 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너무 약해서 실망이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공포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덮쳐 주가가 급락하기를 기다렸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국 국민투표 결과가 알려져 금융시장이 요동치던 날 과감하게 주식을 사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하는 개인투자자들도 주변에 제법 있다.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주식을 사야 한다는 주식 시장의 금언을 생각하면 이들의 아쉬움은 이해가 된다. 영국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세계 경제에 대재앙이 올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일주일 사이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세계 금융시장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 주식 시장은 물론이고, 브렉시트로 휘청거린 국제 유가도 반등하고 있다. 국내 주식 시장도 강세장으로 바뀌었다. 브렉시트의 충격은 끝난 것인가.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조차 단기적으로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을 보면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닥터 둠' 마크 파버는 브렉시트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우리는 모두 타이타닉에 타고 있다. 타이타닉이 침몰하기까지는 며칠 정도가 남아 있고, 우리는 이 여행을 좀 더 즐겨도 된다"고 말했다. 조만간 세계 경제가 가라앉을 수 있지만 당장은 아니라는 예측이다. 마크 파버가 현재의 상황을 타이타닉에 비유한 것은 여러 면에서 적절해 보인다. 타이타닉호가 영국에서 출발했듯이 현재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져온 브렉시트 충격의 진앙도 영국이다. 빙산과 충돌 했을 때, 그 충격이 가져올 결과를 잘 몰랐던 것도 비슷하다. 타이타닉호가 북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했을 때 배에 탄 승객 중 상당수는 큰 충격을 느끼지 못했다. 아메리카 대륙의 일자리를 찾아서 떠나는 이민자들이 주로 탄 배 아래쪽 3등석 승객들은 충격으로 잠에서 깨어났지만 부유층 승객이 탄 1등석에서는 그대로 잠을 잔 승객들이 대부분이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3등석에서 갑판 위로 올라온 승객들은 빙산에서 떨어져 나와 갑판 위에 흩어져 있는 얼음조각으로 축구를 했다고 한다. 타이타닉호는 빙산과 충돌하면서 우현 아래쪽에 구멍이 나 물이 새고 있었다. 배에 타고 있던 2200여명의 승객과 선원들 중 3시간 뒤에 배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운명이라는 것을 안 사람이 몇 명이나 됐을까. 하나의 유럽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운항하던 유럽연합(EU)이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브렉시트’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EU호가 타이타닉호와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지, 잠시 휘청거린 뒤 원래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지는 알 수가 없다. 브렉시트가 거대한 빙산인지, 바다 위를 떠다니는 유빙의 일부인지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이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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