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하루를 살고, 일주일을 버텨내듯 달리다 보면 내 몸에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뿐 아니라 모두가 치열하게 살고 있으니 푸념 한 번 늘어놓기가 미안한 시절. 그래도 실컷 투정이라도 부려봤으면 싶은 날이 오면 산으로 간다.
작년 봄부터 가까운 산에 들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숲에 들어가면 몸도 쉬고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런데 생각 정리는커녕 걷기 시작하면 힘들고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평소 체력관리 못한 탓을 해 대느라 ‘딴 생각’은 할 겨를이 없다. 도리어 ‘집에서 한숨 늘어지게 잘 걸 여긴 왜 들어와 고생이냐?’ 또 불만이다. 그러다 잠깐 바위에서 숨 돌리고 앉아 있으면 이런 고민, 저런 불만만 잔뜩 짊어지고 들어온 내가 우습다. 산속나무는 나무대로, 바위는 바위대로, 흙은 흙대로 어느 것 하나, 으스대지 않는다. 제자리에서 스스럼없이 자기 나름의 계절과 시간을 보낸다. 그 와중에 속 시끄럽다고 투덜대는 건 나뿐이다. 누가 떠밀어 억지로 산에 들어온 것 아닌 것처럼 내 삶도 누가 떠밀어 사는 삶이 아니지 않는가.
이번 주말도 사박사박 산속으로 들어간다. 들기 전에 고민 따윈 텅텅 비워내고 그저 자주 올려다보지 못하는 파란 하늘도 보고, 제때 핀 꽃도 보면서 숨 한 번 크게 쉬고 와야겠다. 걷다가 힘들면 털퍼덕 아무 바위에나 앉아 잘 익은 막걸리 한 사발에 마침 맞게 익은 오이백김치 한 조각 입에 물고 지지배배 새들처럼 콧노래 흥얼거리다 와야겠다.
주재료(5인분)
오이 5개, 굵은 소금 약간
오이 절임물 재료
물 5컵, 굵은 소금 1/4컵
소 재료
당근 약간, 풋고추㎓홍고추 1개씩, 배 1/4개, 미나리 50g, 마늘 2쪽, 생강 1/2톨, 소금 약간, 검은 깨 0.5
김칫국물 재료
다시마 우린물 3컵, 다진 마늘 0.5, 소금 약간
만들기
▶ 요리 시간 1시간
1. 오이는 굵은 소금으로 문질러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양끝을 남기고 칼집을 십자(+)로 넣는다.
2. 오이 절임물을 만들어 칼집을 넣은 오이를 넣어 야들야들하게 절인다.
3. 당근, 풋고추, 홍고추는 곱게 채 썰고, 배는 껍질을 벗겨 다른 재료와 비슷하게 채 썰고 미나리는 다듬어 씻어 3cm 길이로 썰고 마늘과 생강은 곱게 채 썬다.
4. 준비한 재료에 소금을 0.3정도 넣어 살짝 절인다.
5. 오이에 소를 넣어 채운다.
6. 속을 채운 오이를 그릇에 담고 남은 국물에 김칫국물재료를 넣어 소금으로 간을 맞춘 다음 김치통에 붓는다.
글=요리연구가 이정은,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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