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X파일] 명품族 흥분시킨 ‘효도女’ 거짓말

방문자 221명 불과한 ‘파워’ 블로거…명품가방 사주려 대출받은 '알바 사기범'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div class="break_mod">‘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20대 초반의 효심 깊은 여성.’ ‘50억원에 가까운 사기사건의 핵심인물.’ 단 하나의 사건으로 A씨 삶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사건은 A씨가 20대 초반이었던 2013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그렇게 마련한 30만원으로 엄마를 위해 화장품을 샀다. A씨 형편을 모를 리 없는 엄마는 돈의 출처를 물었다. 이때 A씨는 ‘결정적인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 말이 몇 년 뒤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그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A씨는 “파워블로그를 통해 제품 홍보를 해주고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은 물품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A씨 얘기는 거짓말이었다. 그는 파워블로거가 아니었다. 엄마에게 얘기한 뒤 1년도 더 지난 시점인 2014년 8월 A씨의 블로그에 게시된 글은 그의 생일 관련 글 등 10개에 불과했다. 방문자 수는 221명이었다. 파워블로거는커녕 지극히 평범한 블로그 운영자일 뿐이었다.

사진=아시아경제 DB

A씨 어머니는 자신의 오빠에게 딸의 효심(?)을 전했다. 오빠 부부는 자신의 딸과 아들에게 그 얘기를 전했다. 오빠 부부의 딸이자 A씨 사촌 언니인 B씨는 수공예강사로 일하는 인물이다. B씨는 20대 초반의 A씨보다 나이는 훨씬 많아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B씨는 A씨의 놀라운 능력(?)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게 된다. A씨를 통하면 아파트도 싸게 사고, 고급 외제 승용차도 싸게 사고, 명품 핸드백도 훨씬 싼값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신기한 것은 그 말을 믿고 수백만원, 수천만원, 수억원을 B씨에게 전한 이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모두 판단 능력이 결여된 것일까. 바보가 아닌 이상 그토록 거액의 돈을 선뜻 내어줄리 없다. A씨는 실제로 유명 명품 가방 등을 사서 그들에게 전했다. 30~40% 싼값에 명품을 받게 되니 투자자(?)는 계속해서 A씨와 B씨에게 돈을 전했다. 그렇게 전한 액수는 43억여원에 이른다. B씨가 또 다른 공범과 함께 ‘골드바’ 투자를 미끼로 끌어들인 금액 5억6000여만원을 포함하면 49억원이 넘는 돈이 A씨와 B씨 계좌로 흘러들어갔다. 그렇다면 A씨와 B씨는 눈먼 돈 수십억원을 챙겼을까.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A씨는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너도나도 그를 통해 명품 등을 사려고 하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A씨는 주문받은 명품을 전하고자 아르바이트를 해서 비용을 충당했다. 법원은 “(A씨는) 자신이 파워블로거라서 각종 물건을 할인구매할 수 있다고 하며 자신의 돈으로 명품가방 등을 사주는 바람에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눈물겨운(?) 사기 사건이다. A씨와 B씨는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징역 3년, B씨는 징역 5년이 확정됐다. 항소심 법원은 B씨가 이번 사건의 주범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B씨가) 직접 피해자들을 상대로 기망행위를 하는 등으로 이 사건 범행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A씨가 B씨에게 자신은 파워블로거가 아니라고 말했고, B씨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피해자들을 유인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B씨는 이 사건 전까지 어떤 전과도 없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에 연루되면서 5년의 교도소 생활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법원은 B씨보다 A씨의 형량을 낮게 선고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어머니에게 효도하기 위해 시작한 거짓말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돼 그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 (B씨가) 지시하는 계좌로 환급금 등을 송금하는 역할에 그쳐 가담 정도가 비교적 가볍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류정민 차장 jmryu@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