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코로나물질 관측하는데 큰 도움
▲1806년 개기일식.[사진=호세 호아킨(Jose Joaquin)]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9일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테르나테. 약 3만5000명 정도가 살고 있는 이곳에 때 아닌 인파가 몰려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조금씩 해가 사라지기 시작하는 우주쇼가 시작됩니다. 우주과학자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는 조금씩 달에 가려지더니 마침내 완전히 태양을 덮는 개기일식이 일어납니다. 점점 태평양쪽으로 진행됩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전 10시를 조금 넘으면 제주도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는 부분일식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전 세계 태양물리학 관련 우주과학자들이 이날 테르나테 섬에서 하늘을 올려다 볼 예정입니다. 이곳에서 약 3분에 걸쳐 개기일식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은 아주 짧습니다. 개기일식은 ‘태양-달-지구’가 일직선상에 놓이면서 일어나는 천문현상입니다. 달이 태양빛을 가려 달그림자가 지구에 드리워지는 것이죠. 달그림자는 본영(umbra, 태양빛이 완전 차단된 부분)과 반영(penumbra, 태양빛이 부분적으로 차단된 부분)의 두 개 영역으로 나뉩니다. 본영 지역에 있는 사람은 개기일식을 볼 수 있죠. 반영 안에 있는 사람들은 부분일식을 지켜보는 것만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날 부분일식이 일어납니다. 9일 오전 10시10분(서울지역 기준)부터 약 1시간 정도 달이 해를 조금 가리는 부분일식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구름이 해를 가리지 않아야 합니다. 서울에서는 태양 면적의 약 3.5%만이 가려져 태양빛이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제주도에서 태양 면적의 8.2%가 가려지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개기일식은 우주과학자들에게는 정기적으로 제공되는 ‘과학적 선물’이자 행운의 시간입니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면 그 속에서 코로나 물질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때는 이 코로나를 관측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의 물질특성을 이해하면 태양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사진제공=NASA]
◆1806년의 일식을 보다=망원경 등 과학적 관측 장비가 없었을 때 일식은 인류에게 불행의 징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늘에 떠 있던 태양이 갑자기 사라지니 그럴 만도 했겠죠. 요즈음 ‘장영실’이란 사극에서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다시 태양을 불러오는 ‘구식례’를 행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태양은 동양에서는 지도자를 뜻했습니다. 이런 배경으로 태양이 사리지는 것은 지도자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의 한 부분을 볼까요. 1422년 세종4년 1월1일의 기사입니다. “일식이 있으므로, 임금이 소복(素服)을 입고 인정전의 월대(月臺) 위에 나아가 일식을 구(救)하였다. 백관들도 또한 소복을 입고 조방(朝房)에 모여서 일식을 구하니 해가 다시 빛이 났다. 임금이 섬돌로 내려와서 해를 향하여 네 번 절하였다.”일식을 구(救)하는 것은 당시 왕에게 매우 다급하고 중요했던 일 중의 하나였습니다. 관측 장비를 이용한 사진 촬영이 불가능했을 때 일식을 기록하는 방법은 그리기였습니다. 그림으로 직접 그린 것이죠. 그중 유명한 일식은 1806년이었습니다. 스페인의 천문학자인 호세 호아킨(Jose Joaquin)은 1806년 6월16일 있었던 개기일식의 모습을 직접 그렸습니다. 달이 태양빛을 차단하면서 그 옆으로 뻗어 나오는 코로나에 대한 상세한 스케치를 담았습니다. 천문 사진이 불가능했던 시절에 천문학자들은 태양 코로나를 연구하기 위해 이 처럼 직접 그려야 했습니다. 인류 우주과학 역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자료들이죠. ◆우주에서 일식을 보다=21세기 들어 인류는 우주 상공으로 여러 가지 탐사선을 띄웁니다. 지구를 관찰하는 것도 있고 태양만 집중 탐사하는 우주선도 있습니다. 태양은 에너지의 원천입니다. 이를 연구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태양관측위성인 히노데(Hinode) 위성이 2009년 7월22일 촬영한 일식 사진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때 개기일식이 진행됐고 달의 본영은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부탄 등에 드리워졌습니다. 우주에서 일식을 관측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태양활동관측위성(SDO)의 활약도 만만치 않습니다. SDO는 2014년 1월30일에 진행된 부분일식을 우주에서 촬영했습니다. 이때 부분일식은 2시간 30분 동안 진행돼 최고기록을 세웠습니다. SDO는 일식뿐 아니라 태양에 대해 다양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 일식을 보다=일반 시민들에게 일식은 우주의 신비로운 광경일 것입니다. ‘태양-지구-달’이 일직선 상에 놓여 지구 그림자에 달이 숨어드는 월식과 함께 일식은 최고의 우주쇼 중 하나입니다. 태양물리학 등을 전공한 우주과학 박사들에게는 1년에 한, 두 차례 찾아오는 과학적 선물이자 연구의 시간입니다. 9일 진행된 일식에서도 전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인도네시아로 몰려들었습니다. 달의 본영이 비치는 이곳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나 태양에서 분출되는 각종 입자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미국 항공우주국의 관련 박사들도 인도네시아로 달려갔습니다. 9일 아침 달이 서서히 태양의 얼굴을 가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의 팀원들은 개기일식의 순간을 기다리게 됩니다. 개기일식이 시작되는 순간 카운트다운 시계가 작동합니다. 이때 약 3분 동안 나사 과학자들은 태양의 휘발성이면서 매우 뜨거운 태양 대기 안에 있는 부분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며칠 전 인도네시아로 떠났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 봉수찬 관측팀장을 비롯해 총 4명이 인도네시아의 테르나테 섬에 도착해 있습니다. 천문연 관측팀원들은 이번 개기일식때 ‘코로나그래프’ 장비에 대한 성능확인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코로나그래프는 일식때 뿐만 아니라 보통 때에도 관측이 가능한 장비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 측은 “코로나그래프를 이용하면 태양 대기 중 하나인 코로나 물질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며 “태양의 코로나 물질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장비”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제공=NASA]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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