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종 도시디자인과 주무관 만든 BI, 지역 정체성ㆍ장점 잘살려 … '이해 쉽고 편안한 디자인에 중점'
주철종 주무관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서울시청 앞 광장을 시작으로 숭례문,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 덕수궁, 남산골한옥마을 등 시내 명소들을 두루 지나다 보면 고층 빌딩 사이사이로 낯익은 손글씨 하나가 오가는 시민들을 반긴다. '서울의 중심 중구'. 2008년 개발돼 건물 외곽과 공사장 가림막 등에 다양한 크기로 새겨진 이 문구는 수년째 중구의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는 BI(Brand Identity)다. 중구 BI는 서울의 중앙이라는 중구(中區ㆍJung-gu)의 이름 뜻을 캘리그라피 슬로건으로 풀어낸 것으로, 이후 순차적으로 선보인 캐릭터(하티), CI(Corporate Identity)와 더불어 지역호감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BI 작업을 비롯해 수 년 간에 걸쳐 진행된 브랜딩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이 같은 성과 뒤에는 기획부터 개발, 홍보물 설치단계까지 빠짐없이 손길을 뻗친 중구청 소속 직원들이 있었다. 그중 손꼽히는 인물이 도시디자인과 소속 주철종 주무관(44)이다.주씨는 18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70%가 중구를 찾고 있다"며 "중구 내에 명동과 남대문시장, 동대문패션타운 등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명소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장소들은 도시브랜드를 기획ㆍ개발하고 관리하는 그의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그는 "각각의 장소를 특성에 맞게 브랜드화하고 전체적인 경관을 개선해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나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각 장소의 본질을 담아낸 간결한 메시지와 가시성이 돋보이는 시각디자인은 그의 특장점이다. 실제로 그가 내용을 구성하고 캘리그라퍼 강병인씨가 콜라보로 제작한 중구 BI는 중구만의 정체성과 장점을 잘 살렸다는 데 호평을 받아 2009년 한국지방자치브랜드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일반기업을 거쳐 2007년 5월 특별임용으로 공무원이 됐다. 더 많은 연봉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공공프로젝트를 늘려갈 때마다 지역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공공디자인의 가치와 효용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2008년 2월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의 재건현장 가림막 디자인을 맡았던 일이 그 예다. 그는 "당시 동료 한 명과 함께 디자인 작업에만 꼬박 2박3일이 걸렸다"며 "중요 문화유산을 잃은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소실 전 숭례문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시원한 하늘 배경 위에 강병인씨가 쓴 '아름답고 늠름한 모습 그대로'라는 문구를 실었다"고 떠올렸다. 반 년 이상 설치됐던 가림막은 철거되기 전까지 수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주씨는 "예쁘고 뛰어난 디자인보다는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심리적 편안함을 주는 디자인을 생각하게 된다"며 "장소의 경우 그곳이 어떤 곳이었고 또 어떤 공간이 되어갈지에 대한 이야기를 친절하게 담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통의 힘'은 공공프로젝트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다. 거리 간판개선사업의 경우 해당 지자체와 주민, 거리의 점포주, 디자인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의견이 모이게 되는데 참여와 협업 없이는 일의 시작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경관, 도로, 가로환경, 녹지 등의 문제도 고려해 총체적인 접근을 해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현재는 도시디자인과 '동대문관광특구 간판개선 사업', '다산성곽길 명소 BI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는 "스페인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 하나가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것처럼 그 장소에서 일하며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게 하는 게 명소가 되는 첫걸음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전 세계인이 사랑할 만한 장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전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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