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생, 대기업 사장서 中企사장 됐는데 웃는 까닭…1년새 매장 수 나홀로 성장

중기적합업종 확장자제 대상 제외저가커피·소형음식점 위주 영역 확대1년새 매장 수 급증…1100개 넘어서"더본코리아는 사실상 대기업, 우후죽순 프랜차이즈는 공멸 위험"영세 자영업자들 출혈경쟁 하소연

▲500개 수준이었던 더본코리아의 매장 수는 그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1000개를 돌파했다. 사진은 홍대상권에 위치한 더본코리아의 매장들.<br />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슈가보이' 백종원의 요리는 달콤하다. 김치찌개를 비롯한 거의 모든 요리에 아낌없이 쏟아붓는 흰 설탕가루의 마법쇼는 시청자들을 TV앞으로 몰려들게 했다. 그동안 화학조미료를 쓰면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요리젬병들을 두 번 좌절하게 했던 '웰빙 요리 열풍'은 푸드 맥가이버 '백종원 열풍'으로 옮겨갔다. 그의 요리 쇼가 끝나고 남는 것은 '식욕'. 시청자뿐만 아니라 외식 소비자들까지 사로잡으며 최근 방송, 외식업계에서는 바야흐로 백종원 전성시대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사업가로서의 백종원도 탄탄대로다. 집밥 레시피로 방송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백종원은 현재 외식 브랜드 36개를 운영하는 더본코리아의 대표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인보다 더한 주목을 받으며 그의 외식사업도 덩달아 고속성장했다. 500개 수준이었던 더본코리아의 매장 수는 그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1000개를 돌파했다. 백종원이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이 된 계기는 또 있다.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면서 또다른 전기를 맞게 된 것이다.지난해까지 도ㆍ소매업과 음식점업은 '상시 근로자 수 200명 미만 또는 매출액 200억원 이하'인 경우 '중소기업'에 포함돼 규제를 받지 않았지만 이 기준이 2015년1월1일부터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1000억원 이하'로 변경되면서 더본코리아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분류됐다.더본코리아의 201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수는 408명, 매출은 927억4222만원이었다. 법이 바뀌면서 더본코리아는 하루아침에 중소기업적합업종 확장자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2016년까지 매장 확장자제 대상이었지만 빗장이 풀어진 것이다.규제에서 벗어난 이후 지난해 매장과 브랜드수는 대폭 확대됐다. 지난해 도두반점, 백스비어, 치즈철판 등 3개 브랜드 신설과 가맹사업 개시로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자로 등록된 브랜드 수는 2014년 말 33개에서 올 2월 기준 36개로 늘었다.매장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빽다방 415개, 새마을식당 174개, 홍콩반점 158개 등 113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직영점을 제외하면 1046개다. 2014년 말 직영점을 제외한 매장 수가 544개였던 것을 상기하면 가맹점수만 502개 늘면서 전년대비 92.2% 급증하면서 2배 이상 몸집을 불렸다. 특히 커피는 중기적합업종대상이 아니라 향후에도 얼마든지 매장 확장이 가능한 상태다.반면 SPC그룹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라그릴리아는 전국에 매장이 5개에 불과하지만 본사가 대기업으로 묶여 규제대상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카페베네가 준비했던 블랙스미스도 사업 초반부터 규제대상에 묶이고 이후 사업성마저 불투명해지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매장 규모와는 상관없이 본사의 덩치가 규제 기준치를 넘어선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이는 거꾸로, 매장이 급격하게 늘어나도 본사 매출액만 기준치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중기적합업종 확장 자제 대상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더 큰 문제는 영세 자영업자다. 더본코리아의 브랜드들이 대부분 소상인들이 쉽게 손댈 수 있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국수집(도깨비칼국수, 미정국수0410, 역전우동0410), 중화요리집(홍마반점0410, 홍콩반점0410, 마카오반점0410), 저가커피집(빽다방) 등 비슷한 업종인데도 간판과 메뉴만을 달리해 여러 개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브랜드들이 흩어져있어서 매장 수가 크게 와 닿지 않을 뿐 이들 매장을 모두 합치면 빵집논란의 중점에 선 뚜레쥬르(1275개)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단순히 매장 수 증가뿐만 아니라 대형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수직계열화다. 다수의 업종에 걸쳐 유력 프랜차이즈업체들이 꽉 잡게 되면 결국 주변 외식 상권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스타셰프들이 먹방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를 빌미로 프랜차이즈를 확장하는 것은 경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가입하는 것은 점주들의 선택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이들 브랜드들이 특정인의 인기에 영합해 우후죽순 생기게 되면 주변 외식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백종원에게는 승승장구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또다른 위협요인인 셈이다.서울시 중구의 한 저가커피점 사장은 "대형커피점들은 점포 개설 비용이 5억원대라 사실상 영세 자영업자들은 저가커피나 소규모 식당을 운영하게 된다"며 "대형커피점에 치여서 가격차별화로 소규모 저가커피점을 차렸는데 이마저도 대기업이 해야겠느냐"고 하소연했다.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방송을 통해 쌓은 신뢰와 이미지로 더욱 창업문의가 몰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무조건 가맹사업을 늘리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진 건 아니라 가맹사업을 운영하는 부서도 따로 없을 뿐더러 선제적 점포개발은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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