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보건의료 e-역사관’오픈

67년 중구보건소 역사와 주민 이야기, 스토리텔링으로 담아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일반 병원은 진료비가 비싸서 엄두도 못 냈어요. 아픈 곳이 있으면 늘 중구보건소를 찾아 갔지요. 중구보건소가 수십 년간 우리 가족의 건강을 책임져준 셈이에요. 아들이 이제 67살. 젊었을 땐 건강했는데 지금은 중풍을 앓고 있어요. 아들이랑 함께 중구보건소를 오래 다녔어요. 거기서 물리치료도 받고 틀니도 받고...”청구동, 약수동에서 생활하며 중구에서 뼈를 묻어온 양상순님(91)의 생생한 중구보건소 체험담이다.

최창식 중구청장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중구의 곳곳에 흩어진 역사문화자원을 보건의료 관점에서 찾아내어 재조명한 ‘중구 보건의료 e-역사관’을 중구보건소 홈페이지(//health.junggu.seoul.kr/health)에 지난 12월말 오픈했다.◆중구내 보건의료 역사를 한눈에동의보감으로 유명한 허준이 내의원 의원으로 근무하며 살던 곳이 바로 지금의 중구 중림동이다. 이곳은 조선시대 장안에 약을 공급한 약초밭이 있어 약전중동(藥田中洞)이라 불리기도 했다. 한 때 허준이 일하기도 했던 혜민서(惠民署)는 조선시대 의약과 서민들의 치료를 맡아보던 곳이다. 현재 중구 을지로2가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4번 출구 쪽에 있는 한 페인트상가 앞에 표지석이 남아 있다.1904년 혜민서가 폐지된 후 그 역할을 대신한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濟衆院)이다. 1885년 미국 선교사 알렌에 의해 설립된 제중원의 최초 명칭은 광혜원(廣惠院)이었다. 처음에는 지금의 헌법재판소 자리에 있었으나 진료 업무가 늘어나자 1886년 현재의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자리로 이전했다.현재의 서울역 건너편 연세세브란스빌딩 자리에 1904년에 설립된 ‘세브란스 병원’, 1936년 명동성당 앞에 들어선 ‘명동성모병원(현 여의도성모병원)’, 경성의학전문학교 백인제 교수가 1932년 중구 저동에 세운 ‘백병원’, 스칸디나비아 3국의 지원을 받아 1958년에 설립된 국립중앙의료원 등도 서울 중구 600년 보건의료역사의 한 획을 긋고 있다. ◆ 중구보건소를 이용한 주민들의 이야기 스토리텔링화특히 ‘중구 보건의료 e-역사관’에는 해방 후 선도적인 보건의료기관으로서 6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중구보건소를 이용해 온 주민들의 스토리가 수록돼 있어 눈길을 끈다. 중구보건소 전신은 1949년 묵정동에 설치된 묵정보건소다.세대를 이어가며 중구보건소를 이용한 이야기한 주민들 스토리는 지나간 세월만큼이나 오래돼 전문가들이 직접 방문해 구술하는 것을 기록으로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요양보호사와 식구, 가까운 이웃들 도움을 받았다.중구 산림동에 거주하고 있는 이기래(86)씨는 30여년이 넘게 중구보건소를 이용해 오면서 자식만큼이나 따뜻하게 대해준 의사선생님들을 떠올렸다.“제 고향은 이북이에요. 당시만 해도 가난해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다녔었는데 동상이 심해져 결국 장애인이 됐죠. 어릴 때 이런 보건소가 있었으면 제때 치료를 받았을텐데...”라며 “보건소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몰라요. 요즘은 고혈압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약도 처방해주고, 사업장으로 직접 와서 혈압체크도 해주고...바빠서 자식이 미처 못 챙기는 부분을 중구보건소가 해주고 있어요”라며 중구보건소가 있어 늘 든든하다고 전한다.◆ 67년의 역사와 함께 진화하는 중구보건소 보건의료사업이 같이 해방 후 보건 시스템의 정착을 위한 선도적인 보건의료기관으로 역할을 해온 중구보건소는 현재 주민과 함께하는 보건서비스를 펼치고 있다.보건소를 방문하면 생애 주기별 맞춤형 건강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흡연상담 및 생활습관 관리 등 다양한 건강상담도 받을 수 있다.보건소가 멀리 있는 주민들을 위해 자주 찾는 주민자치센터 내 별도공간을 만들어 주민밀착형 ‘U-건강센터’를 황학· 약수· 필동, 회현동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2월초 다산동에서도 운영될 예정이다.‘찾아가는 방문간호서비스’는 보건소를 찾기 힘든 노약자나 장애인은 물론 기초행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분들까지 촘촘히 찾아내 주민 건강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과거의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보건사업 아이템 발굴‘중구 보건의료 e-역사관’사업은 정부의 2015 창조건강도시사업에 선정돼 추진한 것으로 중구만이 보유하고 있는 보건의료 자원을 재조명한데 의의를 두고 있다.중구는 이렇게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걷기코스 개발은 물론 의료관광사업 상품개발, 중구 보건소 주민의료사업 아이템 개발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한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로 활용할 방침이다.최창식 구청장은 “600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중구의 보건의료 정신을 현재에 되살려 주민 보건복지사업의 기초 자료 뿐아니라 중구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창조건강도시를 만들어 가는데 적극 활용해 중구가 의료의 중심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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