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카드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1 "나사카?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네." 김지훈(22) 상병의 아버지 김동수(54)씨는 외박 나온 아들에게 건네려던 현금 봉투를 다시 거둬들이면서 이렇게 내뱉었다. 아들의 외박 소식을 듣고 아내와 한 걸음에 달려온 김씨는 추운 겨울 고생하는 녀석이 안쓰러워 용돈으로 현금 20만원을 따로 준비해왔다. 그런데 아들이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현금은 보관하기 어려우니 통장으로 넣어달라면서. 30여년전 육군 병장으로 제대한 김씨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탁이었다. 하지만 아들 손에 들린 '나라사랑카드'를 보고는 이내 궁금증이 풀렸다. #2 "나라사랑카드 재발급을 제가 대신할 수 있을까요? 남자친구가 외박 나왔다가 분실하는 바람에 지금 부대에서 궁핍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남자 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들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고무신 월드'에 최근 올라온 사연이다. 현금을 대신하는 나라사랑카드가 군인들의 병영 생활만 돕는 것은 아니다. '고무신'과 '꽃신'(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를 지칭하는 말)들도 먹거리나 용돈을 우편으로 챙겨 보내는 불편을 덜 수 있다. 남자친구 계좌에 입금하면 그만이다. 나라사랑카드가 무엇을 뜻하는지 안다면 당신은 최근 10년 내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다. 아니면 그런 아들 또는 남친을 뒀거나. 요즘 군인들은 현금 대신 카드를 쓴다. 2007년 1월부터 군장병을 대상으로 군인공제회가 신한은행의 나라사랑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나라사랑카드는 군인 봉급 통장과 함께 만들어지는 체크카드다.9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금까지 발급된 나라사랑카드는 총 322만장에 달한다. 해마다 32만장이 발행된다. 이 카드로 군인들은 PX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한다. PX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뽑거나 잔액조회도 가능하다.-PX등 부대 내서 현금처럼 사용-월급통장·병역증 기능 체크카드-신한銀 2007년부터 322만장 발급-내년부터 국민·기업銀으로 이관예전에는 군인 봉급이 현금으로 지급됐다. 100원짜리 동전 하나까지 일일이 손에서 손으로 전달됐다. 군인들의 봉급을 담당하는 부사관은 현금을 은행에서 수령해 지급했다. 봉급날인 매월 10일에는 고참들부터 행정반에 들어가 봉급을 받았다. 행정병으로 근무했던 이지영(가명·41)씨는 "중대원 봉급을 전부 합쳐 대대 인사과에서 받아 왔는데 가끔 돈이 부족해 사비를 털어 넣기도 했다"고 회상했다.현금으로 지급되던 봉급은 2000년대 초부터 개인 통장으로 이체됐다. 국방부가 군인 봉급 체계에 금융 전산을 도입하면서다. 봉급이 늘면서 투명한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때는 체크카드 기능이 없는 현금카드를 발급했는데 군대 내에 설치된 ATM도 모자랐다. 외출을 나가는 행정병이나 동료들에게 현금을 대신 뽑아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2007년 체크카드 기능이 도입되면서 지금의 나라사랑카드로 자리 잡았다. 나라사랑카드는 전역증·병역증으로도 사용한다. 전역 후 예비군 훈련 소집을 인터넷으로 예약할 때 신분 인증용으로도 쓸 수 있다. 나라사랑카드는 군인공제회가 국방부로부터 사업권을 위임받아 신한카드에 서비스를 맡기고 있다. 올해 말부터는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으로 사업자가 바뀐다. 군인들은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나라사랑카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신한은행이 이미 설치한 150여대의 ATM은 그대로 부대에 둔다. 은행이 달라도 현금 인출 수수료는 면제된다. 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은 2025년까지 나라사랑카드 사업을 맡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나라사랑카드의 수익성은 다른 카드보다 적지만 미래의 주거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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