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프리미어12 우승’ 국민 감독 김인식 매직

김인식 감독[사진=김현민 기자]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한국 야구대표팀이 22일 금의환향했다. 대표팀을 이끈 ‘백전노장’ 김인식(68) 감독은 지난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프리미어 12’ 대회 결승전(8-0 승)에서 미국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대표팀은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7년 만에 국제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인식 감독에게도 이번 우승은 특별하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과 2009년 WBC 준우승을 이끌며 '국민감독'이란 칭호까지 얻었지만, 우승 트로피에 항상 목말라 있었다. 김 감독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3년 만에 대표팀을 이끌고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 진정한 장인 = 시작은 미약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대표팀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먼저 팀을 구성하는데 악재가 겹쳤다. 대표팀 역사상 가장 최약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마운드는 초토화됐다. 윤석민(29), 양현종(27·이상 KIA)과 해외파 오승환(33·한신) 등은 부상 탓에 엔트리에 들지도 못했다. 여기에 윤성환(34), 안지만(32), 임창용(39·이상 삼성)은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불참해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포스트시즌 일정상 소집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일본과의 개막전 4~5일 전에 겨우 다 모여 쿠바와 두 차례 평가전을 뛰었다. 경기를 치르면서 조금씩 팀을 완성해야 했다. 지난 3일 평가전을 앞두고도 김 감독은 “베스트 멤버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 내일이 되어 봐야 최종 결정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개막전에 나설 선발진도 막판까지 최대한 숨기며 신중함을 보였다. 그러나 진정한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 법. 김 감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그의 지도력과 리더십이 더욱 빛났던 이유다. 김 감독은 이 모든 상황들을 극복하고 거짓말처럼 탄탄한 선수진을 구축했다.

하이파이브하는 김인식 감독과 이대은[사진=김현민 기자]

■ 악전고투 = 김 감독은 악조건을 핑계 삼지 않았다. 한국의 초대 우승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많았다. 주최 측의 미숙한 운영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경기 시간 지연은 다반사였다. 개최국 일본은 결승전에 앞서 하루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일정까지 바꾸는 촌극을 벌였다. 일정이 하루 앞당겨진 대표팀은 대만에서 일본으로 이동하는 비행시간도 아침으로 바꿔야만 했다. 18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도쿄로 이동했다.대표팀 1루수 박병호(29·넥센)는 “대회 스케줄에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이걸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은 우승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경기에 승리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특정 국가를 의식한 듯한 편파적인 심판 배치와 판정시비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상식선에서 문제를 해결했다. 끝내 김 감독은 ‘우승’으로 이 모든 것을 극복했다. ■ 신들린 용병술 = 그의 승부사 기질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가장 빛을 발했다. 그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 모든 것을 걸었다. 대타 오재원(30·두산)과 손아섭(27·롯데)을 투입하면서부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어이 이대호(33·소프트뱅크)가 역전 적시타까지 때려 4-3 짜릿한 승리를 일궈냈다. 2009년 WBC 이후로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직을 맡았던 김 감독은 6년 만에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현장 감각을 잃지 않았다.노련한 투수 운영도 이번 대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여덟 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은 1.93. 캐나다(6경기 1.83)에 이어 2위였다. 한 발 빠른 투수 교체 타이밍은 불펜의 힘을 배가시켰다. 쿠바와의 8강전(7-2 승)서 선발투수 장원준이 4.2이닝 2실점으로 물러났지만, 임창민(30·NC), 차우찬(28·삼성), 정대현(37·롯데), 이현승(32·두산)이 차례로 나와 무실점으로 막았다. 일본과의 4강전에서도 선발 이대은(26·지바롯데)이 3.1이닝 3실점으로 물러났지만, 심창민(22·삼성) 정우람(30·SK)까지 추가로 나와 승리를 지켜냈다. 과감한 세대교체 역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첫 성인대표로 국제무대를 경험한 이태양(22·NC)을 비롯해 조상우(21·넥센), 조무근(24·kt) 등에겐 좋은 경험이었다.

이대호-김인식 감독[사진=김현민 기자]

■ 투철한 애국심 = “국가가 있어야 야구가 있다.” “우리는 지금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등 김 감독의 애국 어록은 이미 유명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단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배경은 감독의 투철한 애국심 덕분이다. 자칫 동기부여가 적을 수도 있는 대회였다. 병역혜택은 물론 욕심낼 만한 상금도 없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권위 있는 대회는 더욱 아니었다. 어수선한 사이 김 감독은 선수들 정신무장부터 시켰다. 김 감독은 대회에 앞서 “태극기를 달고 나간다는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나라의 명예를 걸고 뛰어달라”라고 했다. 그의 올곧은 생각은 그대로 선수단에 전해졌다. 일본과의 4강전에 앞서 이대은은 “중요한 경기다. 책임감을 갖고 던지겠다.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던지겠다”고 말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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