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아시안게임에 지친 장진, 연극 '꽃의비밀'로 돌아와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영화감독, 극작가, 방송인? 장진(44)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장진은 1995년 '서툰 사람들'로 연극판에 뛰어들어 '택시 드리벌', '리턴 투 햄릿' 등으로 재기발랄하면서도 긴장감이 느껴지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웰컴 투 동막골'을 끝으로 영화판으로 눈을 돌리더니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을 잇달아 내놨다. '대박' 작품은 없었어도 상황과 캐릭터의 충돌에서 오는 '장진 식 코미디'의 흥행은 나쁘지 않았다. 방송에도 자주 얼굴을 보였다. SNL코리아3, 크라임씬2 등에 출연해 화려한 입담과 날카로움을 뽐냈다. 요즘 조금 주춤하는 모양새다. 2013년 연출한 뮤지컬 '디셈버'와 지난해 만든 영화 '하이힐',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부진을 면치 못했고 연출을 맡은 인천아시안게임 개폐막식은 혹평을 받았다. 지난 11일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만난 그는 "어떤 작품이 실패했다면 그건 내 재능의 한계"라고 담담히 말했지만 올해 초까지 힘든 시기를 보냈다.끙끙 앓다 몇 년 동안 머릿속에만 머물던 희곡을 써보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부터 올해 1월 초까지 마음먹고 들어앉아 두 작품 '얼음'과 '꽃의 비밀'을 완성했다. 그는 "아무런 공연 계획이나 약속 없이, 정해진 배우 없이 순수하게 쓴 건 오랜만이다. 말로만 '연극이 내 본향이다', '연극 덕에 내가 버틴다'고 해놓고 돌아보니 오랜 시간 동안 새 작품을 안 썼더라. 반성한다"고 했다. 장진이 코믹 연극 '꽃의 비밀'로 대학로에 복귀한다. 이탈리아 토리노를 배경으로 죽은 남편 넷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하루 동안 남장을 하는 아내 넷의 이야기다. 부부의 통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쿨한 소피아, "이혼하자"는 말을 남편이 잘 때에나 할 수 있는 소심한 자스민, 팔뚝 굵은 배달부와 '썸' 타는 모니카, 남편 네 명을 모두 죽였다고 고백하는 얌전하면서도 독기 넘치는 지나. 그들은 과연 완벽한 변장으로 모두를 감쪽같이 속일 수 있을까? 장진은 포스터에 붙은 '장진의 13년만의 귀환', '제대로 웃겨보겠다'는 글귀를 불편해 했지만 자신 있어 보였다. 그는 "장진이라는 이름을 팔아 두 달을 버틸 수 없다. 잘 만든 상황코미디를 원했고 그게 바로 '꽃의 비밀'이다"라고 했다. "좋은 코미디는 웃음의 횟수로 평가할 수 없다. 배우들에게도 불확실한 웃음 때문에 모험하지 말라고 한다. 관객이 순간순간 몰입해서 볼 수 있게끔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고도 했다.이 작품에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는 등장하지 않는다. 장진은 "유명한 배우가 없어도 김연재, 추귀정, 한예주 등 대학로에서 잔뼈 굵은 배우들의 힘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말 작품이 좋으면 관객이 온다. 어릴 때도, 지금도 믿고 있다. 주류가 아니라고 해서 기죽지 않고 이야기만으로 가보려 한다."오랜만에 돌아오니 연극판이 낯설다. 두 달 공연에 더블 캐스팅을 하거나 공연 한 달 전에 예매 사이트에 올리는 등 상업화한 풍경이 익숙하지 않다. 장진은 "불과 몇 년 전에 한 선배가 자기 딸이 죽었는데도 무대에 선 기억이 있다. 안타깝기도 했지만 요즘 '원래는 그렇게 절실했었지'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관객이 배우를 선택할 수 있는 건 좋지만…. 아직 내가 바뀐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점차 해 나갈 것이다."임온유 기자 ioy@asiae.co.kr사진=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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