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국민연금 인사파동이 27일 최광 이사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일단락됐다. 최 이사장은 이날 오후 전라북도 전주 국민연금 사옥에서 퇴임식을 갖고 공식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최 이사장은 이날 퇴임식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지원하고, 임명권자의 강력한 국민복지의 실현 의지 및 국정운영에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자진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기 7개월을 남은 최 이사장이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비연임 결정을 통보한지 보름만에 되려 자진사퇴한 것이다. 지난 보름간 벌어졌던 국민연금 인사를 둘러싼 갈등을 짚어봤다.◆최 이사장의 선전포고 = 이번 인사파동은 최 이사장이 지난 12일 홍 본부장에게 연임 불가 결정을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복지부와 홍 본부장의 연임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최 이사장이 단독으로 연임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월권 논란'이 일었다. 최 이사장은 이같은 결정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른 합법적인 절차라고 주장한 반면, 복지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본부장에 대한 인사권은 복지부 장관에게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복지부는 지난 15일 국민연금에 공문을 보내 최 이사장에게 직접 인사파동을 일으킨 책임을 물었고, 다음날에는 복지부 고위 관계자들을 보내기도 했다. 사실상 최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버티기 = 최 이사장은 쉽게 굽히지 않았다. 전주로 내려온 복지부 고위관계자들에게 "시간을 달라"며 한발 물러나는 기색을 보였지만, 열흘간이나 장고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5일 본지에 "평생을 기본에 충실하고, 원리원칙을 기반으로 처신해왔다"면서 "국민과 국민연금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며 사퇴 불가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26일에는 국민연금공단 내부망에 글을 올려 "세계 최고의 기금이사(기금운용본부장)을 영입하겠다"고 밝히며 "홍 본부장의 '비연임' 결정은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이사장 고유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자신이 내린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강조했다.◆복지부의 최후통첩 = 최 이사장의 입장 발표가 지연되자 복지부가 최후의 칼을 꺼내 들었다. 복지부는 전날 국민연금과 기금운용에 대한 경영 실태를 점검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의 경영실태를 살펴본다는 것은 사실상 국민연금에 대한 감사로, 최 이사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인 셈이다. 최 이사장은 이같은 발표가 나온 뒤 반나절을 못 버티고 스스로 사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홍 본부장에 대한 비연임 결정의 정당성은 굽히지 않았다. 최 이사장은 이날 오후 배포한 사퇴의 변에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비연임 결정에 대해선'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 "이사장에게 부여된 고유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새로운 기금이사를 선임하려고 했던 중요한 사유는 생명과도 같은 국민의 미래자산을 조금이라도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영입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홍 본부장이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할 적임자가 아니라 비연임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다. ◆갈등의 단초 = 이번 인사파동은 500조원의 국민연금 기금을 둘러싸고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의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이미 예견됐다. 국민연금의 수장인 최 이사장과 기금운용 책임을 맡은 홍 본부장이 기금운용에 대한 견해차가 갈등의 원인이었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부터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놓고 양측간 입장이 크게 엇갈리면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기금운용본부를 떼어내야 하는 최 이사장은 공사화를 반대한 반면, 기금 독립으로 운신의 폭이 커지는 홍 본부장은 공사화를 찬성했다. 양측간 갈등이 현 정권의 '파워게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 이사장은 친박 원로그룹인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친분이 깊고, 홍 본부장은 현재 실세인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교 동문이다. 친박계 신구세력의 권력다툼이 국민연금 인사갈등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보름에 걸친 국민연금의 인사파동은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 모두 경질되는 것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홍 본부장은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재직이 가능하다"면서도 "후임자를 찾기위한 공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홍 본부장의 거취에 대한 질문을 받고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이) 같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