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물량에 '착한 분양가' 늘어난다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아파트 분양 시장이 활황을 보이며 일각에선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킬 정도다. 하지만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단지들도 속속 나와 눈길을 끈다. 분양 물량이 몰리자 이른바 '착한 분양가'로 위험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는 30일 견본주택 문을 여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는 일반분양 336가구 중 80%가량인 270가구가 59㎡인데 가격은 평균 4억3150만원 수준이다. 이미 입주를 완료한 인근 길음 래미안 8단지의 같은 면적 지난달 실거래 가격을 보면 4억6500만~4억7500만원이다. 시세보다 최대 4000만원 이상 저렴한 분양가인 셈이다. 이 회사가 분양하고 있는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850만원 수준이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올해 강남ㆍ서초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3.3㎡당 4024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편이다. 실제로 최근 분양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인 '대치 SK뷰'와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각각 3902만원, 4040만원이었다.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는 지하철 강남역과 가까운 노른자위 땅에 지어진다. 삼성물산 측은 "고객들 사이에서 앞으로 강남권에 4000만원대 미만 아파트가 흔치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투자자와 실수요자들 모두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한화건설의 '은평뉴타운 꿈에그린'은 모두 전용면적 59㎡로 구성돼 있는데 3.3㎡당 1340만원이다.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올들어 9월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60㎡ 이하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726만원에 이른다. 은평뉴타운 꿈에그린보다 30%가량 비싼 것이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억3000만~3억7000만원인데 2008년 입주한 인근의 상림마을 8단지 롯데캐슬 같은 면적 시세는 3억6000만~3억8000만원이라는 게 한화건설 측 설명이다. 입주한 지 7년이 넘은 아파트와 비교해도 저렴한 셈이다. 대림산업이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일대에 짓는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799만원에 불과하다. 회사 측은 10년 전 경기 지역 평균 분양가 수준이며 인근의 동탄2신도시 평균 분양가와 비교해도 3.3㎡당 300만~400만원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분양 시장의 최대어로 불리는 9510가구 규모의 미니신도시급 재건축 단지 '송파 가락 헬리오시티'는 3.3㎡당 2626만원에 분양가가 결정됐다. 조합 측이 당초 2800만원대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예상보다는 200만원가량 낮아진 셈이다. 이같은 '착한 분양가'는 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욕심을 내기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갖춰 분양 성공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부동산114 조사로는 다음달 전국적인 분양 물량인 6만7000여가구로 전월 대비 13%가량 늘어난다. 역대 월별 최고치를 기록 할 것으로 예상됐던 10월 분양계획이 일부 지연 되면서 11월 물량이 늘게 된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분양 단지의 청약 성적이 대부분 좋긴 하지만 실제 계약률은 100%를 달성하지 못하는 곳도 있을 수 있다"면서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해 미분양 리스크를 최대한 낮춰야 하며 분양 물량이 몰리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점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