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기자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둘째날인 25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북측 한송일(74)씨가 남측에서 온 어머니 이금석(93) 할머니의 식사를 돕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금강산=공동취재단·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치매에 걸린 구순의 노모는 꿈에도 그리던 북녘 아들을 눈 앞에 두고도 "이이는 누구야?"고 계속 물었다.25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2차 상봉단의 공동중식에서 남측 김월순(93) 할머니는 오찬 테이블 왼쪽에 앉은 북쪽 큰아들 주재은(72)씨를 보고서 또 "이이는 누구야?"라고 물었다. 김 할머니 오른쪽에 앉아있던 둘째 아들 주재희(71)씨는 "어머니 아들이라니까"라고 대신 답했다.이날 오전 개별상봉에서 북쪽 큰아들 재은씨로부터 선물로 받은 연갈색 꽃무늬 스카프를 메고 자리에 앉은 김 할머니는 이번 상봉기간동안 장남의 얼굴을 보고 또 보았지만 정작 큰아들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함경남도 갑산이 고향인 김 할머니는 1.4후퇴때 장남 재은씨를 친정에 놓고 둘째 재희씨만 데리고 남으로 내려왔다. 김 할머니는 "열흘만 있다 올게. 갔다올게"라고 하고 나갔다가 이후 큰아들과 영영 헤어졌다. 대구까지 피난을 갔던 김 할머니는 나중에 서울 용산에 터를 잡고 다섯 자녀를 더 낳아 남쪽에서 6남매를 키우면서 북녘에 두고온 큰아들을 65년동안 마음 속으로만 그려왔다.김 할머니는 이날 상봉장에서 큰아들 주재은씨와 함께 나온 북쪽 손녀 주영란(46)씨를 보고서도 "이이가 이이(큰아들) 마누라야?"라고 물었다. 이에 손녀 영란씨는 "할머니, 제가 큰손녀에요"라고 답했다.김 할머니는 둘째아들 주재희씨가 다시 형님 딸이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온듯 박수를 치면서 "죽기 전에 보고 가는구먼"이라고 입을 뗐다. 북쪽 큰아들 주재은씨는 "어머니 내가 맏아들"이라고 다시 확인해줬다. 이를 지켜보던 가족들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큰아들 얼굴을 어루만지면서도 "왜 안왔어?"라고 말했다. 큰아들 재은씨는 그저 멎쩍은 웃음으로 답했다. 둘째아들 주재희씨는 이날 오전 개별상봉에서 "어머니가 정신이 잠깐 돌아왔었는데 잡으시며 우시더라"며 "(어머니가) 왜 여태 나를 안 찾아왔느냐면서 우시다가 그러고선 바로 '누구냐'고 하시는데 진짜 가슴이 그렇더라"고 말했다.이날 공동중식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은 '아리랑'과 '고향의 봄',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의 노래를 부르며 남측 가족을 만난 기쁨을 표현했다. 그러나 북측 가족들은 노래를 부르기 앞서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동지께 감사합니다"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 등 상봉장 곳곳에 있는 보장성원들을 의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