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번호 당-청 갈등…이번엔 당대표도 세게 붙었다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 초강경 입장김무성, 1일 예정된 일정 전면 취소대통령 참석 '국군의 날' 행사도 불참 "정치생명 건 오픈프라이머리" 절대 사수
김무성.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관철을 위해 청와대와 전면전도 불사할 태세다. 정치 운명을 건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전날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3시간여 논의 끝에 공천 제도를 논의할 특별기구를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당내 친박(친박근혜)ㆍ비박(비박근혜) 간 계파 갈등과 당청 관계 악화 기류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단 김 대표는 1일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데 이어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제67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도 나가지 않았고 지역행사인 부산국제영화제에도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너무 의미두지 말라"고 했지만 전날 청와대의 안심번호 공천에 대한 지적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김 대표가 줄곧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해온 배경에는 과거 공천 학살을 당한 아픔이 숨어 있다. 김 대표는 2008년과 2012년에 공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8년 18대 총선 때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친이계가 친박계를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켰고, 2012년에는 반대로 친박계의 주도하에 '비박'들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 두 차례 낙천의 희생양이 된 김 대표는 공ㆍ사석에서 스스로를 '공천 학살의 피해자'라고 말할 정도다. 김 대표는 지난해 대표 취임 초부터 공천 제도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총대를 멨다. 대표 취임 공약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내세우며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기 위해 당 대표가 되려 한다"고 밝혔다. 이후 김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선언해왔다. 그렇게 김 대표가 정치 생명까지 걸겠다고 공언한 오픈프라이머리는 당 보수혁신특위를 통해 지난 4월 의총에서 당론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공천 혁신안이 중앙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여당 내 분위기가 바뀌었다. 새정치연합이 결국 오픈프라이머리를 수용하지 않아 새누리당 단독으로 실시했을 경우 총선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여야 대표 간의 담판 회동의 필요성이 나왔다.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오픈프라이머리의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와 추석 연휴 기간에 만나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 도입에 잠정 합의를 본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안심번호 공천제의 부작용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비판하고 나서자 당청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당청 갈등의 표면에는 안심번호 합리성이 있지만 이면에는 당청 간 공천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다.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인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친박계에 휘둘리지 않을 당내 지형을 구축할 수 있다. 반면 박 대통령 역시 내년 총선 이후 후반기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고 '레임덕'을 막기 위해 공천 제도에 대한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항상 당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김 대표는 지난해 상하이 개헌 발언 때와 지난 7월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로 이어진 '국회법 거부권 사태'에서도 청와대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줄곧 '당정청 한몸'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사활을 건 만큼 이번에는 고집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 대표는 청와대와 친박과의 전면전도 불사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전날 열린 의총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집권 여당 대표를 모욕했다"며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공세에 김 대표의 버티기가 계속되면서 '치킨게임'으로 치닫는다면 결국 김 대표의 거취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김 대표가 자리를 비웠음에도 1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친박계의 공격은 계속됐다. 친박계 좌장급으로 불리는 서청원 최고위원은 안심번호가 국민공천제의 방식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으며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를 겨냥해 "누가 정치 생명을 걸라고 했나" "왜 대표직을 걸어야 하나"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 대표와 박 대통령의 관계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은 청와대의 안심번호 공천 비판 전에 이미 제기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UN)총회 참석차 지난달 25일 미국으로 출국할 때와 30일 새벽 귀국길에 배웅이나 마중을 하지 않았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여야 대표끼리 졸속 협상했다고 반발했는데 여기에 청와대의 의중이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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