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읽다]아라온 호…몸은 '다윗' 힘은 '골리앗'

정부, 제2 쇄빙선 2020년 건조 계획 추진

▲아라온 호가 해빙지역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북극해=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우리나라 쇄빙선 아라온(ARAON) 호가 북극에서 현재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1항차 연구가 8월22일 끝났다. 8월 23일부터 2항차 연구를 위해 다시 아라온 호는 알래스카 배로(Barrow)에서 출항했다. 2항차 연구는 오는 9월11일까지 이어진다. 아시아경제는 2항차 연구에 함께 탑승해 북극 탐험의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기후변화뿐 아니라 북극 탐험의 역사와 극지연구의 중요성 등 다양한 이야기와 현장의 모습을 담아 [북극을 읽다] 기획시리즈로 전한다.<hr/>망망대해 파도를 넘고 해빙(海氷)지역을 강력한 엔진 파워로 뚫고 나아가는 아라온(ARAON) 호. 현재 북극을 탐험하고 있는 아라온(ARAON) 호는 이번 항차에서 약 3000㎞(약 1925마일)을 운항할 계획이다. 알래스카 배로(Barrow)에서 지난 8월25일 출항해 오는 9월9일 알래스카 놈(Nome)에 도착할 예정이다. 현지시간 4일 아라온 호는 북위 73도 쯤에 위치하고 있다. 고위도 지역에서는 바다가 잠잠하다. 해빙의 영향으로 파도가 크지 않다. 지금은 해빙이 사라지고 파도가 치고 있다. 몸이 느낄 정도로 배가 앞뒤로 흔들린다. 아라온 호는 '움직이는 연구실'로 통한다. 아라온 호에는 오랫동안 바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다. 연구실은 기본으로 선실, 세탁실, 병원, 식당, 사우나 시설까지 있다. 최첨단 과학 장비도 많다. 수심 2000m까지 내려가 퇴적물을 채취하는 롱 코어(Long Core) 장비부터 지형을 파악할 수 있는 멀티 빔, 수심에 따라 물의 특성을 파악하는 CTD(Conductivity Temperature Depth) 등이 있다.

▲아라온 호는 식당, 침실, 병원, 체력단련실(왼쪽부터) 등이 갖춰져 있다.

아라온 호는 쇄빙선(Ice Breaker)이다. 이번 항해에서도 해빙지역을 통과할 때 얼음을 깨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얼음을 통과할 때 '쿵쿵'하는 소리가 선실까지 들릴 정도였다. 아라온 호는 약 7500톤 급으로 크지 않은 배에 속한다. 힘은 아주 좋다. 이종호 아라온 호 기관장은 "아라온 호가 100% 힘을 다 냈을 때 약 1만㎾의 힘을 낸다"며 "이를 마력으로 계산하면 1만3300마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라온 호는 전기추진 방식을 사용한다. 3500㎾ 발전기가 네 대 있다. 이 때문에 기관부에는 전기를 전문으로 다루는 일기사, 이기사 등 고압 전기 전문가가 함께 승선하고 있다. 10만 톤의 일반 화물선이 1만5000~2만㎾의 힘을 내는 것과 비교해 보면 아라온 호는 덩치는 작은데 강력한 파워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라온 호 기관실, 3500kW 발전기 네 대가 있다.

아라온 호 선장은 특별한 두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아라온 호 선장은 다이내믹 포지션 기능과 아이스 내비게이션 지식이 필요하다. 아라온 호는 닻을 내리지 않고 바다 한 가운데 고정시킬 수 있다. 뒤쪽의 추진기 두 개와 선수에 바우 트러스터(Bow Thruster) 2개를 이용한다. 배를 좌우, 360도 회전을 가능하게 한다. 김광헌 아라온 호 선장은 "아라온 호는 쇄빙선이기 때문에 일반 선박과 다른 지식이 있어야 한다"며 "위성을 통해 얼음의 상태 등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아라온 호 보다 조금 더 큰 약 1만2000톤 급의 제2 쇄빙선 건조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예비 타당성 조사를 앞두고 있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2020년쯤에 우리나라는 두 번째 쇄빙선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2 쇄빙선은 2000억 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두 척의 쇄빙선이 마련되면 입체적 극지 연구가 가능하다. 두 척이 각각 남극과 북극을 맡아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고 두 척이 한꺼번에 출항해 연구 범위를 나눠 세밀하게 연구할 수 있는 등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다. 전통적으로 쇄빙선은 러시아, 미국, 핀란드,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러시아는 1959년 최조의 원자력 추진 쇄빙선인 레닌 호를 건조했다. 미국은 2차 대전 당시 건조된 쇄빙선 4척을 시작으로 '폴라 스타' '폴라 씨' 같은 일반 쇄빙선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미국은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를 추진 중에 있다. 영국은 2019년 3500억 원의 최첨단 '극지 쇄빙선'을 만들겠다고 공개한 바 있다. 각국의 극지연구와 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라온 호가 해빙지역을 통과하고 있다.[사진제공=극지연구소]

북극해=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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