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 현주소①]스타 10곳 빼면 꽝…30% '적자운용' 무덤

800조원의 거대시장, 자산운용업의 속사정 탐구①

운용 규모 점점 커지는데 고수익군 자산비중 줄어 수십여곳 적자난기관투자가 자산증대로 저수익성 운용 늘어 보수율 0.29%가지 하락전문 인력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해외 진출 돌파구 찾기도 쉽지 않아[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정민 기자] "빈곤의 악순환이죠. 자산운용사마다 돈벌이가 극과 극인 데다 수익원도 불안해요. 수익의 퀄러티(질)가 낮다는 얘기죠. 한 해에 100억원 순익 내는 회사가 고작 10여개입니다. 전체의 70% 이상은 삼성전자 사장 연봉만큼도 못 벌어요. 그게 현실이에요."국내 자산운용사가 '외화내빈'의 덫에 빠졌다. 겉으로는 운용 자산이 늘고 있어 시장이 활기를 띈 듯 보이지만 주식형 펀드 등 전통 고수익군 자산 비중은 점점 줄고 자산운용사 수십여 곳은 적자에 허덕이는 등 양극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해외 진출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해외 투자 역량을 지닌 전문 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공ㆍ사모펀드 설정액과 투자일임의 계약 금액을 합한 시장 전체의 총 운용 자산(AUM)은 6월 말 현재 785조원으로 3월 말(755조원) 대비 4%(30조원) 증가했다. 5년 전과 비교해서는 56% 늘었다. 펀드수탁고는 416조원(공모 227조원ㆍ사모 189조원), 투자일임계약고는 369조원으로 집계됐다.문제는 운용보수율이다. 같은 기간 자산운용사의 영업수익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운용보수율은 크게 떨어졌다. 공모펀드 평균 운용보수율은 지난 2010년 6월 0.46%에서 5년 만에 0.29%까지 하락했다. 전체 운용 자산에서 비중이 늘고 있는 사모펀드와 투자일임의 운용보수는 일반적으로 공모펀드보다 낮아 이를 합하면 평균치는 더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운용보수율 하락은 기관투자자 자산 증대로 인한 저수익성 운용 자산 비중 증가, 업계 대내외적인 경쟁 격화에 따른 것"이라며 "운용보수율 하락은 업계 영업이익 구조 악화로 연결되는 만큼 자생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처럼 자산운용업계가 '빛 좋은 개살구' 신세가 된 것은 고객의 중심축이 개인투자자에서 기관투자자로 이동하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펀드시장은 개인은 떠나고 그 자리를 연기금과 법인 등 기관 자금이 대신하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대부분인 사모펀드와 투자일임 자산 비중은 5년 전 55.6%에서 올해 70%대 이상으로 커진 반면 개인이 주력인 공모펀드 비중은 30%대 아래로 뚝 떨어졌다.개인투자자가 공모펀드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은 가계에 투자 여유 자금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돈을 맡길 만한 자산운용사와 상품에 대한 신뢰가 없는 탓이 더 크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내 자산운용업의 본질적인 문제는 철학, 원칙,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라며 "각 운용사별 특성에 따라 다양한 좌판을 깔아놓고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실상은 유행에 급급해 모든 운용사가 똑같은 펀드를 팔고 있다"고 지적했다.약 800조원의 시장에서 87개의 '플레이어' 중 20~30%는 적자 회사다. 상위 10여개 회사만으로 시장이 돌아가는 비정상적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년 동안 자산운용사의 외형 자산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작은 시장 안에서 갈라먹기 식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심지어 겉은 자산운용사지만 몇 년 간 제대로 된 운용실적도 없이 자기자본금만 까먹는 적자 회사도 수십여 개에 달하는 묘한 상황"이라고 했다.'스타 펀드매니저'에 의존하는 후진국형 인력 구조도 자산운용업의 위기론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사람을 키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서로 경력자 뺏어가는 데 혈안이지 운용사의 철학과 노하우를 가르치려고도, 또 배우려고 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인력 수급 뿐 아니라 운용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해 우리나라 국민의 자산 증식의 기본적 토양을 마련해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와 인프라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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