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수 정치경제부 차장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8ㆍ25 남북합의와 중국 전승절 참석 등 효과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수직상승했다. 그런데 정확히 무엇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을까. 박 대통령은 북한의 지뢰폭발 유감표명과 이산가족 상봉 합의 등을 내용으로 하는 남북 고위급접촉 결과에 대해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는 논평을 냈다.박 대통령의 '원칙'은 이번 지뢰도발 이슈에서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 받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대북 강경론자에게 '성'에 차지 않는 것이며, 온건론자 역시 "너무 몰아붙이지 않아서 다행"이라 보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그나마 원칙이 지켜졌다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주체로 '북측'이 명시됐다는 정도다. 그러나 그 자리에 '중국'이나 '미국'이란 주어를 넣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우리도 타국에서 발생한, 우리가 저지르지 않은 도발에 유감을 표명할 수 있다. 북한이 도발의 주체임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발방지 약속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하지 않은 일'을 '앞으로 안 하겠다'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원칙이 상당히 후퇴했음에도 지지율이 15% 포인트나 치솟은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북한 위협이 제거된 안정된 삶과 궁극적으로 민족공생의 비전을 만들어달라는 시민들의 요구라 보는 편이 적절하다. 즉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평화정착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지지율 상승으로 반영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북한을 더 몰아붙이라는 게 민심"이라는 교훈을 얻는다면 지나친 아전인수다. 내달 3일 박 대통령의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 참석도 마찬가지 의미를 던져준다.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천안문 성루에 오른다. 60년전 김일성이 마오쩌둥과 나란히 섰던 곳이다. 중국의 외교 전략이 크게 변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동시에 박 대통령 입장에선 내키지 않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을 돕는 일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주요 국가 정상들을 옆에 놓고 "이 사람들이 다 내 편"이라고 미국에 과시하려는 것이다. 시 주석 입장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열병식에 안 오는 게 도와주는 일이다.동맹국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며 박 대통령이 그 자리에 서는 것은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는 반대급부로써 북한의 핵포기와 도발 중단, 대화 재개를 압박하도록 시 주석을 설득하려는 차선책이다. 시 주석이 김정은 제1위원장 대신 박 대통령을 선택한 것에서 북한의 고립을 부각시키고 '전쟁을 불사하고서라도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명분을 도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단호한 대응'은 대북 정책의 원칙이라기보다는 수단이나 방법에 가깝다. 그리고 그 방법론의 경직성을 깼을 때 문제해결 실마리를 우리는 찾을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의 원칙은 우리가 어떤 예기치 않은 사건이나 민감한 외교상황에 처하더라도,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궁극적 목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행보를 결정한다는 선언으로 진화해야 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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