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기자
▲아라온 호가 북위 76도에 이르자 해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br />
[북극=정종오 아시아경제 기자] 마침내 해빙이 보이기 시작했다. 푸른 바다에 하얗게 부셔지는 해빙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이틀 동안 아라온(ARAON) 호는 쉼 없이 바다 위를 달렸다. 약 13노트(Knot)의 속도로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바다 전체가 얼어붙지 않고 유빙이 보였다. <br />
현재 아라온 호의 위치는 북위 76도, 서경 168도에 있다. 아라온 호는 이틀에 걸쳐 항해한 끝에 알래스카 배로(Barrow)에서 약 560km 떨어진 곳까지 도착했다. 바깥 온도는 영상 1도를 가리키고 있다. 바다 한 가운데 서 있기 때문에 불어오는 바람에 체감온도는 더욱 내려갔다. 아라온 호 선체 곳곳이 얼어붙었다. 아직 바다 전체가 꽁꽁 얼어붙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북위 75도를 지났을 때 저 멀리 바다에서 떠내려 오는 유빙을 하나, 둘 볼 수 있었다. 유빙은 새하얀 색을 내뿜으며 파도에 따라 이리저리 몸을 맡겼다. 처음엔 한 두 개 정도 보였다. 이어 수 없이 많은 유빙이 바다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아라온 호가 북위 76도 정도 됐을 때 얼어붙은 바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쇄빙선인 아라온 호는 해빙을 피하지 않고 깨부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선수에 해빙에 부셔지는 소리가 둔탁하게 들렸다. 선실 안에서도 들릴 정도로 소리는 컸다.▲영상 1도의 기온을 나타내는데 바깥은 아라온 호 선체가 얼어붙을 정도로 춥다.<br />
아라온 호는 일반 선박보다 매우 출력이 큰 엔진을 사용한다. 항로를 가로막고 있는 얼음을 밀어 깨트리는 것이 기본이다. 얼음을 밀어 깨트리는 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얼음위에 올라타 선박의 무게로 얼음을 깬다. 이를 위해 선박 자체가 무거워야 할 뿐 아니라 무게중심 이동도 필요하다. 무게 중심 이동은 선수에 있는 물을 선미에 있는 탱크 쪽으로 보내면 선수가 가벼워져 얼음 위에 올라탈 수 있게 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이 때문에 쇄빙선 외벽은 얼음에 부딪혀도 안전하도록 매우 두꺼운 철판으로 돼 있다. 아라온 호는 현재 이 위치에서 운항을 멈추고 탐사 작업을 준비 중에 있다. 롱 코어(Long Core) 작업이다. 선미 갑판에서 해저에 있는 퇴적물을 채취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롱 코어는 수심 2000m까지 내려가 오랫동안 북극 해저에 있었을 역사적 흔적을 찾아 배 위로 올린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북극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추워야 북극인데 여전히 영상 1도의 온도를 기록하고 있고 여기저기 녹아있는 빙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라온 호는 오는 9월11일까지 계속 운항을 시작한다. 북극=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