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읽다]백야의 북극…아라온의 사람들

선장, 갑판장, 조리장 등 승조원 29명 '아라온 안전, 우리가 책임진다'

▲아라온 호가 정박해 있는 추크치는 해가 밤 12시에 진다. 밤 11시인데도 바깥은 밝다.

[북극해=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우리나라 쇄빙선 아라온(ARAON) 호가 북극에서 현재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1항차 연구가 22일 끝났다. 23일부터 2항차 연구를 위해 다시 아라온 호는 알래스카 배로(Barrow)에서 출항한다. 2항차 연구는 오는 9월11일까지 이어진다. 아시아경제는 2항차 연구에 함께 탑승해 북극 탐험의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기후변화뿐 아니라 북극 탐험의 역사와 극지연구의 중요성 등 다양한 이야기와 현장의 모습을 담아 [북극을 읽다] 기획시리즈로 전한다.[편집자 주]<hr/>늘 깨어있는 곳, 아라온 호가 정박해 있는 추크치 해는 밤이 아주 짧고 낮이 매우 길다. 얼마 전까지는 해가 지지 않는 것 처럼 보이는 백야가 계속됐다. 현지 시간 25일, 해는 밤 12시쯤에 졌다. 이어 26일 새벽 4시쯤에 해가 떴다. 이곳 추크치 해는 현재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아라온 호의 위치는 현재 북위 71도18분, 서경 156도51분에 있다. 아라온 호는 북극을 향해 출발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26일 오전 5시에 연구 포인트 지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라온 호에는 연구원은 물론 승조원들도 함께 타고 있다. 선장을 포함한 승조원들은 안전한 항해를 위해 배의 곳곳을 살피는 사람들이다.

▲배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김광헌 선장.

◆아라온 안전 책임지는 김광헌 선장=아라온 호의 선장은 김광헌 씨(54)이다. 김 선장은 지난해부터 아라온 호를 운항하고 있다. 김 선장은 "지난 북극 탐험 1항차 때는 북위 81도40분까지 올라갔다"며 "이번 2항차에는 북위 78도 정도까지 항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라온 호가 일반 선박과 다른 것은 많다. 덩치는 작은데 최첨단 기능을 갖춘 선박이다. 김 선장은 "아라온 호는 얼음을 깨면서 항해하는 쇄빙선이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아라온 호의 앞쪽 선박 두께는 약 40mm 정도의 강철이다. 배의 무게로 얼음을 깨는 경우도 있다. 쇄빙선을 운항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다. 다이내믹 포지션 자격이 필요하다. 일반 선박은 정박하면 닻을 내리는 것이 상식이다. 아라온 호도 닻이 있는데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아라온 호는 정박할 때 자동 시스템에 의해 고정된다. 이런 시스템을 알기 위해서 다이내믹 포지션 자격이 필요하다. 두 번째 필요한 자격은 아이스 내비게이션이다. 아라온 호는 얼음 지대를 통과하기 때문에 얼음의 상태를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선장은 "아이스 내비게이션은 얼음의 성질, 특성 등을 파악하는 기술이고 쇄빙선 운항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선장은 아라온 호 이전에 40만 톤의 화물선을 운항했다. 아라온 호는 약 7500톤에 불과하다. 덩치는 작은데 기능만은 최고이다. 약 30년 가까이 배를 탄 김 선장은 "극지는 날씨가 극한이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항상 안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승조원 29명이 아라온 호의 안전한 운항을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김 선장 곁에는 임채호, 김영준 1항해사, 최한샘 2항해사가 함께 하고 있다.

▲연구 장비를 안전하게 설치하는 이재근 갑판장.

◆아라온의 베테랑, 이재근 갑판장=이재근 갑판장(52)은 아라온 호가 운항을 시작했던 2009년부터 함께 해 온 '산 증인'이다. 이 갑판장은 선미에 설치되는 연구 장비에 대한 위치 잡기와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6년 동안 아라온 호와 함께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많다. 모든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그는 말했다. 그 중 2011년은 잊을 수 없는 시간 중 하나이다. 이 갑판장은 "2011년 남극에서 러시아 어선을 구조한 적이 있다"며 "당시 러시아 어선이 얼음과 충돌해 구멍이 생겼는데 아라온 호가 안전하게 구조해 인계한 바 있다"고 기억했다. 그때 러시아 어선에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자칫 큰 인명 사고로 이어질 위험한 사고였다. 아라온 호가 이들을 무사히 구조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아라온 호의 가장 큰 특징은 배 안에서 모든 연구 작업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선미에 다양한 연구 장비가 설치된다. 무거울 뿐 아니라 고가의 장비여서 안전이 아주 중요하다. 이 갑판장은 이런 연구 장비를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안전하게 설치한다. 이 갑판장은 "26년 째 배를 타고 있는데 아라온 호는 운항 초기부터 함께 해 왔기 때문에 고향 같은 곳"이라며 "연구원들이 편안하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극곰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이 갑판장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북극을 탐험할 때 북극곰을 볼 수 있었는데 지난해에는 볼 수 없었다"며 "기후변화 탓인지 북극곰을 봤을 당시 북극곰이 아주 지쳐 힘이 빠져 있고 굶주려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아라온 호의 건강을 챙기는 박구식 조리장.

◆아라온 건강 챙기는 박구식 조리장=아라온 호는 한 번 바다로 나가면 짧게는 한 달 동안 바다 위에 떠 있는 게 보통이다. 육지를 볼 수 없다. 승선한 모든 사람들이 하루 세 끼를 아라온 호에서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야식까지 책임지는 이가 있다. 박구식 조리장(52)이다. 아라온 호는 한 번 출항할 때 약 5톤의 식재료를 싣는다. 많이 담을 때는 10톤까지도 준비한다. 박 조리장은 "아라온 호에서 한 달, 많게는 몇 달 동안 먹는 것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식단을 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탕류, 육류, 생선, 채소 등 다양한 식단으로 건강을 챙긴다"고 설명했다. 연구 작업을 모두 끝내고 다시 육지로 입항하기 직전에는 '선상 파티'를 연다. 이때는 뷔페식으로 다양한 음식을 내놓는다. 서로의 수고를 위로하고 무사히 연구를 마친 것에 대해 축하하는 행사인 셈이다. 박 조리장은 "아라온 호에 식재료를 보관하는 냉동시설만 여섯 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외국 연구원들도 승선하는 만큼 이들을 위한 식단도 준비한다. 박 조리장은 "처음 호텔에서 근무했고 배를 탄 지도 23년째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아라온 호 연구원과 승조원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식단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붉은 선을 따라 아라온 호는 운항할 예정이다. 북위 78도까지 올라간다.

북극해=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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