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이건희 회장에 그룹 경영권 넘긴 비운의 주인공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면서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14일 오전 9시39분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향년 8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이맹희 전 회장은 2012년 12월 폐암 2기 진단을 받고 폐의 3분의 1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이듬해 암이 전이돼 일본과 중국 등을 오가며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머물며 투병생활을 해왔다.1931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과 미국 유학을 거쳐 1962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에 입사했으며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삼성물산 부사장, 중앙일보 부사장, 삼성전자 부사장 등 초기 삼성그룹의 주요 요직을 거쳤다. 형제자매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외에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이 있다. 이병철 회장은 이맹희, 이창희(1991년 사망), 이건희(73) 등 아들 셋과 이인희(87), 이숙희, 이순희, 이명희(72) 등 딸 넷을 뒀다. 이맹희 전 회장은 장남으로서 이병철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그룹을 이끌어 갈 인물로 꼽혔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병철 회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3남 이건희 회장에게 밀려났다. 장남이면서도 부친 이병철 창업주에 의해 무능하다는 이유로 경영에서 배제돼 동생인 이건희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긴 비운의 주인공이다.이와 관련, 이맹희 전 회장은 1993년 경영권 승계 과정에 관한 회상록 '묻어둔 이야기'를 출간하기도 했다.이병철 회장 사후 그 자녀들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핵심 기업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을 개별적으로 물려받고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해 나왔다. 이맹희 전 회장은 제일비료를, 이명희씨는 신세계백화점을 물려받았다.이맹희 전 회장은 2012년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유산분할 청구소송을 내면서 세간의 주목을 다시 받았으나 1∼2심에서 패한 뒤 상고를 포기했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생명 주식 425만9000여주, 삼성전자 주식 33만7000여주, 이익 배당금 513억원 등 총 9400억원 규모의 재산을 인도하라고 청구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당시 이맹희 전 회장은 "주위의 만류도 있는데다 소송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 간 관계"라며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특히 삼성가의 상속 소송은 171억원에 달하는 인지대 비용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CJ그룹 측은 아직까지 이맹희 전 회장 장례식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 CJ그룹 관계자는 "가족장으로 할지 회사장으로 할지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며 "시신이 국내 송환되고 장례가 대한 상의가 필요해 내일(15일)이나 되어야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맹희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현 회장은 현재 신부전증으로 투병중이다. 횡령ㆍ배임ㆍ탈세 혐의로 구속 기소돼 2심까지 실형을 선고받는 불운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현 회장에 대한 상고심은 이르면 이달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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