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성격 강화하면서 화려한 볼거리로 고전적 느낌 희석시켜
날고 있는 軍수송기에 맨몸으로 매달린 톰 크루즈...스쿠버 장비 없이 수심 60m 속 프리 다이빙도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스틸 컷
※ 이 기사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영화 '미션 임파서블(1996)'이 베일을 벗었을 때 텔레비전 시리즈의 팬들은 분노했다. 원작에서 가져온 등장인물은 피터 그레이브스가 연기한 짐 펠프스(존 보이트) 한 명 뿐이었다. 그마저도 조직을 배신하는 캐릭터로 그려 시사회에 참석한 원작 시리즈의 배우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그런데도 영화가 북미에서만 1억8098만1223달러(약 2109억원)를 벌어들인 건 섬세하고 미묘한 플롯에서 캐릭터들의 호흡이 절묘하게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드 팔머(75) 감독은 전직 FBI 요원들을 컨설턴트로 참여시킬 만큼 사실적인 묘사에도 공을 들였다. 그 덕에 '미션 임파서블'은 새로운 시리즈로 자리를 잡았고, 5편 '로그네이션'을 내놓기에 이르렀다.시리즈는 처음 영화화됐을 때처럼 항상 새로움을 추구한다. 액션에 능통한 오우삼(69)이 2편(2000)을, '앨리어스'로 텔레비전 시리즈에서 두각을 나타낸 J.J. 에이브람스(49)가 3편(2006)의 연출을 맡았다. 4편 '고스트 프로토콜(2011)'은 '인크레더블(2004)' 등의 애니메이션으로 재능을 보인 브래드 버드(58)가 담당했다. 당연히 시리즈의 색깔은 천차만별이었다. 1편부터 제작에 참여해온 톰 크루즈(53)는 "액션 시퀀스뿐 아니라 스토리와 캐릭터에 있어 지속적으로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모든 종류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 '로그네이션'에서 제작으로 자리를 옮긴 에이브람스는 "크루즈는 모든 시리즈가 다른 감독에 의해 연출되기를 바란다. 각각의 영화가 스파이 장르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고유의 창의성을 지니길 원한다"고 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스틸 컷
그러나 시리즈는 에단 헌트(크루즈)의 생고생에 치중한 나머지 속편을 거듭할수록 첩보물의 성격을 잃어갔다. '로그네이션'의 초점은 그 색깔을 온전히 회복하는데 맞춰진 듯하다. '유주얼 서스펙트(1995)'의 각본가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맥쿼리(47)에게 메가폰을 맡겼다. 그는 이미 크루즈와 '작전명 발키리(2008)',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에서 각본가, '잭 리처(2012)'에서 감독으로 호흡을 맞췄다. 오늘날 액션영화의 원조격 각본가답게 맥쿼리는 '로그네이션'을 예리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스토리로 꾸며낸다. 다사다난한 여정을 충분히 겪은 헌트에게 성숙을 부여하면서도 대립각을 세우고도 남을 인물들을 두루 배치해 극적 긴장을 끌어올린다. IMF를 끔찍한 위험의 대상으로 여기는 CIA, 괴담으로만 전해져온 변절자 스파이 단체인 신디게이트 등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레베카 퍼거슨(32)이 연기한 일사 파우스트다. 헌트와 신디게이트는 물론 영국 정보기관까지 연계된 여성인데 나쁜 면모와 연약한 감성을 동시에 드러내 헌트의 갈등을 고조시킨다. 프로듀서 다나 골드버그는 "놀라울 정도로 입체적인 캐릭터"라면서 "위태로운 상황에 직접 뛰어들거나 빠져나오며 이야기의 중심을 잡고 있다"고 했다.맥쿼리가 이런 캐릭터들을 그려내는 방식은 매력적이지만 독창적이진 않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1956)'에서 후반에 등장하는 앨러트 홀 암살 시퀀스를 비엔나 오페라하우스 암살 시퀀스에 그대로 가져온다. 드 팔머가 히치콕의 '이창(1954)',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 '현기증(1958)'에서 돋보이는 서스펜스 요소를 1편에 오마주로 녹여낸 것과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스릴러 성격을 강화하면서 화려하고 긴장감 넘치는 볼거리로 고전적인 느낌을 희석시켜 시리즈의 새 출발을 알린다고 할 수 있다. 맥쿼리는 "여름 오락 스릴러라서 환상적인 스펙터클의 삽입도 중요했지만 질서유지를 원하는 정부와 철저히 옳고 그름에 따라 움직이는 IMF의 정의가 계속 충돌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스틸 컷
크루즈는 그 정의를 나타내기에 최적화된 배우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물론 '탑건(1986)', '오블리비언(2013)',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을 통해 영웅적 이미지를 쌓았다. 더구나 쉰셋의 나이에도 고난이도 액션을 척척 해낸다. 대역이나 컴퓨터그래픽에 의존하지 않아 무모해보일 정도. 이번에는 비행 중인 A-400 군용수송기에 달라붙어 여덟 번이나 중력을 거슬렀다. 스턴트를 담당한 웨이드 이스트우드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 법을 배운 헌트의 느낌까지 구현해냈다"고 했다. 헌트의 단짝 벤지 던을 연기한 사이먼 페그(45)는 "4편의 부르즈 할리파(828m) 등반보다 훨씬 위험한 신이었다. 더 높은 상공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무엇과도 연결되지 않은 맨 몸으로 연기했다"며 "다음 시리즈에서 우주 밖으로 나가자고 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크루즈는 스쿠버 장비 없이 수심 60m 이상 되는 물속에 뛰어드는 프리 다이빙도 해냈다. 이스트우드는 "사생결단으로 임해 결국 굉장히 깊은 명상 상태를 필요로 하는 6분간의 고정적 호흡 중지를 해냈다"고 감탄했다. 크루즈는 "그 시퀀스를 찍고 오랜 시간 회복기를 거쳐야 했다"면서도 "관객이 오랜 시간 숨을 참도록 경험하게 하려면 직접 해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통해 새롭게 배우고, 나아가 이미 습득한 기술에 대한 새 방식을 공부하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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