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에서] '신데렐라' 박성현 '꿈은 이뤄진다'

'예지몽' 뒤 한국여자오픈 챔프 등극, 아마추어골퍼가 스승, "지드래곤과 라운드 하고 싶어"

박성현이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용인=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우승했다는 게 실감나지 않아요."

프로 2년 차에 '내셔널타이틀'을 차지해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라서일까. '한국여자오픈 챔프' 박성현(22)은 "메이저퀸에 오른지 한달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앳된 외모와 달리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긴다는 것도 반전이다. 2015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블루칩'으로 떠오른 박성현을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 해솔리아골프장에서 만났다.

▲ "예지몽?"= 두 차례나 우승하는 꿈을 꿨다. '예지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머니 친구 4명이 우승하는 꿈에 '동참'했다. "정말 신기했다"는 박성현은 "꿈이 현실에서 그대로 이뤄질지 몰랐다"며 "저하고 어머니 친구분들의 꿈을 합치면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우승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국가대표에 선발되면서 일찌감치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선수다. 프로무대에서는 그러나 신통치 않았다. 롯데칸타타 최종일 마지막 18번홀에서는 불과 1m 거리의 버디퍼팅을 놓쳐 다 잡았던 우승이 날아갔다. 한국여자오픈에서 2주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아 루키답지 않은 뚝심까지 자랑한 셈이다. "평소 우승하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까 즐거운 상상을 했다"며 "클럽을 던지는 세리머니도 그 중 하나였다"고 소개했다.

▲ "장타의 비결은요"= 주 무기는 장타다. 평균 드라이브 샷 비거리는 8위(249.23야드)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270야드 가까이 친다. 장타의 동력은 빠른 스윙스피드와 타고난 힘이다. 171cm, 60kg의 탄탄한 체격을 갖췄다. 아버지는 축구선수 출신, 어머니는 태권도 공인 3단의 유단자다. "부모님이 운동을 하셔서 그런지 튼실한 하체(?)를 물려받은 것 같다"고 자랑했다.

스윙 스피드가 평균 97~99마일, 100마일 이상이 나온 적도 있다. 보통 80마일 후반에서 90마일 초반의 스윙스피드를 가진 여자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내 남자선수의 스윙스피드가 평균 105마일이다. 장타치는 법을 묻자 대답이 걸작이다. "그냥 세게 치세요"다. "약하게 치면 방향성이 더 좋지 않다"며 "자신감을 갖고 더 강하게 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현이 인터뷰 도중 드라이브 샷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용인=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

▲ "스승님은 아마추어"= 재미있는 이력이 있다. 코치가 아마추어골퍼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5년 동안 아마추어고수 박성희(51)씨에게 골프를 배웠다. 경북 구미 현일중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박씨는 골프를 하는 아들을 둔 학부모였다. 지금도 스윙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종종 도움을 받고 있다. "아마추어지만 그 누구보다 쉽게 설명해 주신다"며 "평생의 은인"이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한명 더 있다. 인기 힙합그룹 빅뱅의 지드래곤(GD)이다. "힘들 때마다 GD의 노래를 무한반복해 들으면서 힘을 얻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솔로곡 '벗 아이 러브 유(But I Love U)'다. 올해 한국여자오픈 프로암 당시 우승자가 다음해 동반자를 정하자는 말이 나오자 "GD가 골프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년 프로암에 꼭 나왔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 "고진감래의 교훈"= 고등학교 2학년 때만 해도 태극마크를 달고 펄펄 날았지만 이후 3년 동안 드라이버 입스가 오면서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정회원 테스트 때는 전반 9번홀에서 동반자의 공으로 플레이를 하는 말이 안되는 실수로 2벌타를 받았다. 2012년 KLPGA투어 시드전을 위해 어머니와 함께 전남 무안으로 가는 도중 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해 목을 다쳤고, 결국 시드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어쩔수 없이 2부투어로 내려가 2013년 드림투어 상금왕을 차지하면서 지난해 가까스로 정규 투어에 합류했다. 시원시원한 장타로 주목받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아웃 오브 바운즈(OB)를 내면서 순식간에 무너진 것도 한 두차례가 아니다. "잘 나가다가 한번씩 OB가 나면서 발목이 잡혔다"며 "제발 좀 빨리 OB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 "큰 대회가 좋아요"= 이제는 큰 물에서 노는 재미에 푹 빠졌다. "총상금 12억원의 빅 매치 한화금융과 남은 3개 메이저에서 우승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전장이 짧고 쉬운 코스보다는 길고 어려운 곳이 좋다"며 "난코스가 궁합이 맞는다"고 자신감을 곁들였다.

궁극적인 목표는 당연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다. "전인지의 US여자오픈 우승 장면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며 "정말 대단한 친구"라고 부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서두를 생각은 전혀 없다. "2~3년 정도 국내 투어를 뛰면서 약점을 보완하는 게 급선무"라며 "쇼트게임 능력을 키우기 위해 2주 전부터 전문코치를 두고 기술력 향상 훈련에 돌입했다"고 덧붙였다. 박성현이 새 날개를 달고 있다.

용인=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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