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선암사에 보관돼 있던 1738년 作 '동악당재인대선사진영'
동악당재인대선사진영(東岳堂在仁大禪師眞影)<br />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미국 경매에 출품된 도난 불화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경매 중지 요청이 수용되고, 소장자와의 원만한 합의로 무조건적인 반환이 이뤄진 첫 사례다. 환수된 불화는 '동악당재인대선사진영(東岳堂在仁大禪師眞影)'. 18세기에 활동했던 승려인 ‘동악선사’를 그린 초상화로, 전라남도 순천시 소재 선암사 진영각(仙巖寺 眞影閣)에 보관돼 있었던 것이다.'동악당재인대선사진영' 환수 공개식이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다.이 불화는 지난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도난 문화재 모니터링 과정에서 발견됐다. 재단이 미국인 A씨가 B경매소에 불화를 출품한 사실을 파악, 이를 알리면서 조계종과 선암사가 적극 환수하기로 했다. 이후 문화재청은 B경매소에 도난 문화재임을 통보하고 즉각적인 경매중지를 요청했다. 경매소는 이를 수용했고, 문화재청과 출품자 A씨는 두 달 정도의 협상을 통해 지난 5월 무조건적인 반환에 합의했다. 김병연 문화재청 국제협력과 주무관(41)은 "국제사법소송 또는 과거 해당 불화가 거래된 뉴욕주의 법을 따르더라도 우리에게 유리한 측면이 컸다"며 "경매를 앞둔 상황에서 국외소재 도난 문화재의 경매 중지 요청이 수용되고 협상을 통해 무조건적인 반환을 이끌어낸 첫 모델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동악당재인대선사진영'은 비단 위에 채색된 가로 65㎝, 세로 97㎝ 크기의 불화로 18세기에 활동했던 승려인 ‘동악당재인대선사’(생몰년 미상)를 그린 초상화다. 전남 순천 선암사 진영각에 보관돼 있던 것으로, 현재 진영(眞影, 고승을 그린 초상화)에는 남아 있지 않지만 도난되기 이전 화기(畵記, 불화에 기록된 명문)에 ‘乾隆三年癸亥二月○日(건륭3년 계해2월○일)’라고 기재돼 제작연대가 1738년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진영 중에서도 매우 이른 시기의 것으로 평가된다. 불화의 주인공인 '동악선사'는 조선 중기 고승 소요태능(逍遙太能, 1562~1649년)의 4세손이다. 동악선사에 관한 행장은 알려진 바가 없으나 17세기 후반~18세기 전반에 선암사에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선암사에는 소요문중이 크게 번성하였으며 선암사 불사에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선암사의 중창주로 알려진 호암약휴(護巖若休)가 있다. 호암선사가 활동하던 시기에 동악스님의 스승인 계음호연(桂陰浩然)은 조계산에 머물면서 '석가여래행적송'의 서문을 짓고 선암사 범종루 범종 제작 때 본사스님으로 참여했다. 비록 선암사에 동악선사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당시 선암사의 정황상으로 미뤄 스승인 계음스님과 호암스님의 선암사 중창불사에 동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환수 공개식과 함께 문화재청과 조계종은 국외소재 불교 문화재의 정보공유와 환수강화를 위한 협력각서 체결식을 진행한다. 이는 지난해 10월 체결한 '불교 문화재 도난예방 및 회수를 위한 협약서'의 대상을 국외 소재 불교 문화재까지 확대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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