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러너스 하이'란 무엇인가

마라톤을 한다고 말하면 듣는 물음 중 하나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느껴보았느냐"는 것이다.  러너스 하이는 미국 심리학자인 AJ 맨델이 1979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달리면서 느끼는 황홀감을 가리킨다.  이봉주 선수는 "에이, 저희는 그런 거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이 선수는 지난해 10월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엘리트 선수들은) 출발하자마자 빠른 스피드로 가는 건데요"라며 "러너스 하이는 천천히 조깅하는 사람들이 느낄 겁니다"고 말했다.  일반인 마라토너 중 한 분은 "진정한 '러너'가 아니거나 '하이(high)'하게 달려보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듯하다"고 말했다. 자신은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러너스 하이를 설명하는 이론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극심한 고통 뒤에 오는 쾌감이라고 말한다. 다른 하나는 고통과 결부하지 않는다. 편안한 상태가 이어지다가 그 경지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첫째 이론은 러너스 하이를 엔도르핀이라는 물질로 설명한다. 엔도르핀은 동물의 뇌 등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모르핀처럼 작용한다.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인체의 고통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뇌가 고통을 억제하는 이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물질이 마약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러너스 하이는 풀코스 마라톤에서 가장 힘든 지점인 35㎞쯤에서 찾아올 수 있다.  둘째 이론은 러너스 하이를 훈련 후에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엔도르핀 분비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포츠 심리학자 제리 린치와 스포츠의학자 워런 스코트가 이렇게 설명한다. 이들은 러너스 하이가 짜릿한 쾌감이 아니라 무아지경의 상태라고 말한다.  린치와 스코트는 함께 쓴 책 '나를 향해 달린다'에서 "기름 친 홈과 같은 곳에서 미끄러져 나가는 것처럼 달리는 경험"이라고 묘사한다. 또 "추진력을 유지하는 데 어떤 에너지도 들어가지 않는 것 같고 마치 영원히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러너스 하이는 또 정신이 명경지수처럼 잔잔하고 맑게 유지되는 상태다.  나는 둘째 설명을 지지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뛰면서 나는 달리는 동안 마음이 고요히 머무르는 황홀경에 여러 차례 빠져들었다. 그러나 요즘엔 러너스 하이를 통 맛보지 못하고 있다. 러너스 하이는 욕심을 내려놓고 과정에 전념할 때 찾아온다. 숨이 들고 나는 데 집중하면서 명상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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