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불장군 車戰놀이
"차는 독일제가 최고"라는 어르신들의 평가는 BMW와 벤츠에서 시작됐다. 이제는 쏟아지는 수입차 가운데서도 누구나 알고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20%에 육박하는 대세의 선봉장 역시 양사의 주력 모델인 5시리즈와 E클래스가 맡고 있다. 2000년대에는 중장년 수요를, 2010년 이후에는 2030 세대로 수요층을 넓힌 것도 이들이 이뤄낸 성과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독일차에 맹신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들간 경쟁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라이벌 심리가 전체 수요를 부추기며 되레 시너지를 끌어내서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 5대 중 1대가 수입차, 수입차 2대 중 1대가 BMW와 벤츠일 정도로 이들은 서로를 채찍질하며 커 간 셈이다.
벤츠와 BMW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올 상반기 국내 수입차 시장은 1987년 첫 개방 후 가장 다이내믹한 상황이 연출됐다. 1월과 2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 3월에는 BMW, 4월에는 다시 메르세데스-벤츠가 1위를 차지하더니 5월 또다시 BMW가 정상에 올랐다. 한달마다 1위가 바뀌고 있다.중심에는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가 있다. 양사의 주력 모델이 얼마나 팔렸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올 상반기 누적 판매량만 살펴봐도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는 각각 9300여대, 8900여대로 1위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3위 모델부터 6000대 이하로 내려가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두 모델의 비중은 확인 가능하다.근소한 판매차 만큼이나 단순 성능을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졌다. 이른바 '마니아' 등 고정 수요층이 생겨난 때문으로 "어떤 게 좋은가"라고 묻는 질문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와 같은 수준이 됐다. 5시리즈와 E클래스의 판매량은 각사의 마케팅 활동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도 했다. BMW가 보증기간 1년 연장, 서비스 연장 패키지 가격 할인을 내세우면 5시리즈가, 메르세데스-벤츠가 주유 상품권, 골프가방 등 선물공세에 나서면 E클래스가 우위를 점했다.
BMW 뉴 5시리즈
하지만 무엇보다 각사 주력 볼륨 모델들의 품질 경쟁이 이들을 정상에서 만나게 했다. 이는 5시리즈와 E클래스의 화려한 라인업에서 증명된다. BMW 5시리즈의 경우 세단형 12개, GT 4개 등 총 16개, E클래스는 11개 세단, 4개의 쿠페, 카브리올레 등 총 15개의 라인업을 맞춰놨다.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전 차종 가운데 가장 많은 라인업으로 마니아 층 공략은 물론 다양한 수요까지 소화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얘기다.모델별로 살펴보면 BMW 5시리즈는 세단이 갖출 수 있는 최대의 드라이빙 성능을 바탕으로 한 남성미로 압축된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각종 비교 테스트 우승',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자동차' 등의 타이틀이 이를 방증한다. 판매량 역시 1972년부터 지금까지 글로벌 700만대, 국내에서도 1996년 출시 후 11만대가 팔렸다.현재 생산 중인 제6세대 5시리즈는 스포티한 주행 감각과 디자인의 균형이 압도적이다. 1991년에 출시된 제4세대 5시리즈 투어링 역시 전형적인 BMW의 역동성과 모든 탑승자를 배려한 안락함, 다재다능한 적재 공간까지 결합됐다. 5시리즈 라인업 중 2009년 베일을 벗은 그란 투리스모는 독특한 콘셉트와 디자인으로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자동차를 선보였다. 그란 투리스모의 대담한 디자인은 역동적인 성능, 럭셔리하고 안락한 장거리 여행, 다재다능한 실용성을 탁월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부분 변경으로 새롭게 바뀐 뉴 5시리즈도 더욱 섬세한 디자인과 다양한 인테리어로 주목 받고 있다. 첨단 편의 장치를 적용하고 연료 효율성 또한 개선해 40년 넘게 이끈 신화를 이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일반 소비자도 소리만 듣고도 구별할 수 있다는 BMW의 엔진 역시 새롭게 업그레이드됐다. 뉴 5시리즈에 적용된 모든 디젤 엔진은 유로6 배기가스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 이로인해 국내에서 '저공해자동차 2종'으로 분류돼 전국 공영주차장 50% 할인 등의 혜택을 받는 것은 덤이다. 특히 뉴 520d의 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당 16.9km로 경제적인 고급세단으로 다시 태어났다.
메르세데스-벤츠 The New E 220 BlueTEC Avantgarde
반면 E클래스의 접근법은 조금 다르다. '수입차=중장년층'이라는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중후함보다는 '세련된 젊음과 안전'을 콘셉트로 잡았다. 여기에 독보적인 안전기술과 급변하는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라인업 구성에 발빠르게 대응했다.이 결과 E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 모델 중 독보적인 최첨단 안전·편의기술로 정점을 찍었다. 운전자의 주의력 저하를 방지하는 주의 어시스트(ATTENTION ASSIST), 주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임박한 위험 상황을 미리 감지해 경고하는 프리-세이프(PRE-SAFE®), 맞은편 차량 존재 여부에 따라 능동적으로 하향 전조등과 상향 전조등 전환을 돕는 어댑티브 상향등 어시스트(Adaptive Highbeam Assist) 등은 E클래스를 대변한다.이중 E클래스의 디젤 모델인 'The New E 220 BlueTEC Avantgarde'는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모델로 떠올랐다. 가장 큰 특징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차세대 변속기인 자동 9단 변속기 '9G-TRONIC'이 국내 최초로 적용된 점이다. 기존 자동 7단 변속기 '7G-TRONIC PLUS'의 장점을 토대로 새롭게 개발됐다.'세련된 젊음'이라는 E클래스의 콘셉트답게 변속 시간이 단축돼 반응 속도가 향상됐고 한층 더 부드러워진 변속이 편안함을 제공한다. 단수가 높아졌음에도 이전 변속기보다 1kg 더 가벼워진 점도 특징이다.업계 관계자는 "5시리즈와 E클래스는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라이벌이지만 품질 경쟁이 시작되면서 서로 전반적인 시장 규모를 키워주고 있다"며 "두 모델 모두 국내에서 폭넓은 수요층을 확보한 만큼 수입차 시장에서의 규모 역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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