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주문화유산연구원<br />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6세기에 축조된 호남지역의 가야계 고분군에서 편자와 함께 말뼈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편자(蹄鐵)는 말발굽을 보호하기 위해 붙이는 ‘U’ 자 모양의 쇳조각이다. 그동안 여러 고분에서 편자가 출토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말뼈가 함께 나온 사례는 드물다. 특히 이번 유물은 가야계 순장 풍습을 연구할 수 있는 단초가 되고 있다. 전주문화유산연구원은 최근 발굴 중인 전북 '장수 동촌리 고분군'에서 이 같은 유물을 출토했다고 2일 발표했다. 장수 동촌리 고분군은 백두대간의 서쪽에 자리한 가야계 고총고분군(高塚古墳群, 봉분 높이가 높은 고분군)으로 고분 80여 기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총 17기의 고분이 조사된 바 있다. 이번에 연구원이 조사한 1호분은 봉분의 규모가 남북 16.7m, 동서 7.4m, 잔존높이 2.1m 내외이며 평면의 형태는 타원형이다. 봉분 내에는 무덤주인이 묻힌 돌널무덤 양식의 주석곽(主石槨) 1기와 껴묻거리 등을 묻는 순장곽(殉葬槨) 2기가 배치돼 있다. 주석곽은 그 당시 지배층의 한 인물이 묻힌 곳으로, 순장곽에는 함께 묻힌 피지배층 또는 동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전주문화유산연구원<br />
특히 주석곽에서 징(釘)이 박힌 편자가 말뼈와 함께 확인돼 눈길을 끈다. 편자와 함께 말뼈가 출토된 경우는 국내에서 그 사례가 매우 드물다. 고구려 태왕릉과 몽촌토성 85-2호 주거지, 발해 유적, 산청 평촌리 유적 등에서는 말뼈 없이 편자만 발견됐다.강원종 전주문화유산연구원 실장은 "이 무덤은 이미 도굴돼 파괴가 심한 상태였다. 하지만 편자와 함께 말의 발목부분에 해당하는 뼈가 나왔다. 편자와 함께 징도 발견됐다. 편자만 넣었다면 징도, 말뼈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말 한마리를 통째로 넣기엔 공간이 부족하며, 이 무덤에 말의 다리 부분 일부가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강 실장은 이어 "가야시대 순장 무덤의 경우 한 무덤 안에 여러 석곽이나 토광묘가 있다"며 "보통 사람이든 동물이든 죽여서 무덤 속에 넣은 것으로 확인된다. 고령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에서도 순장을 확인할 수 있는 인골이 나왔는데, 흩트러지지 않고 정연한 모습이었다. 이는 생매장이 아님을 뜻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발굴 무덤은 축조방법과 출토유물 등으로 미뤄 볼 때 6세기 전반경의 고분으로 추정된다. 주석곽의 경우 당시의 지표면과 생토면을 고른 후 1m 내외의 높이로 흙을 쌓고 다시 되파기해 축조했는데, 이 같은 방식은 장수 장계면 산복리 고분군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또한 이 무덤에선 편자를 비롯해, 목짧은 항아리(短頸壺, 단경호), 그릇받침(器臺, 기대), 바리(鉢, 발), 뚜껑(蓋, 개) 등의 토기류 등 유물이 출토됐다. 연구원은 "이번 발굴은 장수지역의 가야 묘제 연구에 있어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고 했다. 3일 오후 2시 발굴현장에선 전공자와 일반인에게 발굴조사 결과가 공개된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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