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두고 정치권이 뜨겁다. 친박계 여당 의원들은 이번 국회법 개정안 처리의 책임을 물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끌어내리려하고 있고, 야당은 여당의 '배신'을 두고서 연일 성토중이다. 대체 여야간의 치열한 논란의 되는 국회법 개정안은 무엇일까?현행 국회법 98조2의 3항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상임위원회는 위원회 또는 상설소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회하여 그 소관중앙행정기관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이하 이 조에서 "대통령령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법률에의 위반여부등을 검토하여 당해대통령령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 없이 소관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개정안은 위 조항을 다음과 같이 바꿨다. "상임위원회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청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로 고치도록 했다.여기서 쟁점은 바로 시행령과 같은 행정입법이다. 예를 들어 설명을 하자면 최근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해당 법의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설치·관리기준 및 동의 또는 신고의 방법·절차·요건, 제3항에 따른 영상정보의 보관기준 및 보관기간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이같이 법률이 큰 줄기를 잡으면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보건복지부령과 같은 하위 법률이 위임한다. 법이 정한 입법취지를 충실히 살리면서, 실제 법률을 집행할 행정기관에 세부적인 사항들을 위임하는 것이다. 기존 국회법에도 정부가 만드는 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 등(행정입법)이 법률이 당초 목표했던 내용을 위반했을 경우 이를 해당 기관에 알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규정은 강제력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가 개정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행정입법이 반드시 법이 정한 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다. 가령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4ㆍ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특별법)의 경우 시행령이 세월호특별법의 취지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진상규명국 조사1과장을 검찰 파견 공무원이 맡기로 한 시행령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가의 잘못을 따져야 하는데 공무원이 파견되는 것은 법안의 본래 목적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행정부가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할 경우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일 이와 관련해 여러건의 상위법 위반 시행령·시행규칙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25일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법과 시행령 등이 충돌하는 사례 25개를 찾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법률과 서로 어긋나는 행정입법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반발함에 따라 자구 수정을 통해 요구라는 표현 대신 요청이라는 표현으로 고쳐 정부에 제출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국회법 시행령이 위헌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는 개정안이 명확치 않고, 행정입법권 침해 가능성이 있으며, 법원의 사법심사권을 침해하고, 정부업무 수행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반대했다.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정부와 달랐다. 김선수 전 민변회장 토론회를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국회의 기본적인직무에 해당하며, 행정입법은 국회의 위임에 근거해서 그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므로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하는지 여부에 대해 감시하고 그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직무범위에 속한다"며 "국회법 조항은 위헌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상당수 법률학자들은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하지만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국회는 개정안을 재의(다시 표결)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여당은 재의하지 않기로 한 반면, 국회의장과 야당은 재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의는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여당이 재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표결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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