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엘리엇 분쟁, ISD 대상 아니다'

합병 비율 관련 해외 소송 역시 엘리엇이 불리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 제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병 비율 산정과 관련한 해외 소송전도 엘리엇의 승소 가능성이 극히 낮아 실제 해외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ISD 제기가 불가능한데도 이를 시사한 이유는 향후 이사회 진입 등의 사안에서 정부의 개입을 막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ISD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법조인 A씨는 "엘리엇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슈를 제기하기 위해 ISD 카드를 적절히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엘리엇이 ISD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현재로선 불가능하며 합병 비율과 관련해선 해외 소송전도 엘리엇에게 승산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에 대해 문제를 삼은 만큼 합병 성사 시 ISD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A씨는 이에 대해 일축했다. 증권가에서 ISD의 개념 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거나 엘리엇과 이해관계가 있는 세력들이 의도적으로 ISD에 대한 공포를 심으려 한다는 것이다.A씨는 ISD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본의 국적 ▲정부의 개입 여부 2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SD는 각 나라마다 맺은 협정인 만큼 엘리엇이 삼성물산에 투자한 자본이 어느 ISD 트랙을 적용받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A씨는 "엘리엇이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협정을 맺은 펀드의 국적이 ISD 적용 대상국인지부터 살펴야 한다"면서 "미국계 헤지 펀드라 해서 실제 투자를 미국에서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ISD 및 해외 소송 대상국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만수르 회사가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할때 네덜란드 자회사를 이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만수르는 한국과 네덜란드 투자보호협정을 문제삼아 ISD를 제기했다. 이처럼 엘리엇이 투자협정을 맺은 펀드의 국적이 현재로선 가장 중요한 셈이다.두 번째로는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가 ISD 여부를 결정짓는다. ISD는 해외 투자가와 국내 기업 간의 분쟁을 처리하는 절차가 아니다. 국가가 해외 투자가들을 차별해 손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상하기 위한 제도다. A씨는 "합병비율과 관련해선 ISD 제기가 불가능하다"면서 "삼성물산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 비율을 산정했고 엘리엇이 투자한 뒤 자본시장법 개정이 없었던 만큼 합병 과정에서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 없는 만큼 ISD 제기 대상 자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합병 비율과 관련해선 ISD 제기가 불가능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반 여부 역시 ISD 제기 대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단, 국민연금이 표대결 이전에 찬반 여부를 밝힐 경우 이는 국가의 개입으로 볼 수도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A씨는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할 경우 운용 주체가 국가인 만큼 ISD 제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보도도 있던데 사실과 전혀 다르다"면서 "단, 표대결 이전에 찬반 여부를 밝힐 경우 이는 국가의 개입으로 볼 수 있어 향후 ISD의 빌미를 줄 수도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엘리엇이 합병비율을 문제삼아 국제 소송을 벌일 경우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전례가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삼성물산 합병 비율이 현행 법을 근거로 정해진 만큼 이에 대해 국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우리나라 법에 대한 심판을 다른 나라 재판관에게 맡기는 일이 된다는 설명이다. A씨는 "증권시장과 관련된 법은 굉장히 기술적인 법으로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맞춰 만들어진 자본시장법의 평가 방법이 틀렸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면서 "합병 비율 산정 방법이 주가 만으로 이뤄졌더는 점을 문제 삼아 소송할 경우 해외 법원에서 한국 법 자체가 잘못됐다는 판단을 내려야 되는데 이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엘리엇 측에서 ISD를 시사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는 일체 개입하지 말라는 일종의 압력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설 경우 즉각 ISD를 제기하겠다는 으름짱에 가까운 것이다.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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