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센터에서 '셀카 찍는 법' 강의하는 이유는

"은퇴시장 잡아라"…노인정으로 향하는 은행PB은행들, 시니어고객 대상 셀카부터 펀드조회까지 '모바일금융교육' 잇달아교육이후 모바일뱅킹 통한 이체·조회 증가 효과

기업은행 스마트금융부 직원(단상 앞)이 지난 3월 중부지역본부 시니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활용강좌'를 진행하고 있다.(자료:기업은행)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1 서울 잠실에 위치한 A 시중은행의 PB센터 팀장은 최근 이촌동에 사는 고객의 집을 방문했다. 재테크 상담도, 금융상품 판매를 위해서도 아니었다. 고령인 고객에게 '카카오톡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귀국한지 얼마 안된 고객이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 받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PB센터의 특성상 연령대가 높은 고객들이 많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방법을 종종 알려드리곤 한다"고 설명했다.  #2 서울 서대문구의 한 노인대학에서는 올초 60~70대 노인들 20여명이 모여 '셀카찍는 법'을 배웠다. B은행의 스마트금융부서 직원이 인근 PB센터의 시니어고객들을 모아 스마트폰으로 사진찍기, 전송하기 등 기본 활용법을 강의한 것이다. 강의에 참여한 한 고객은 "자식들과 떨어져 살아 스마트폰을 갖고서도 전화만 겨우 했다"며 "이제 손주들과 사진도 주고받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PB센터가 시니어 고객을 위한 '스마트폰 활용법'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PB들이 상담을 진행하던 도중 직접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거나 센터 혹은 본사 차원에서 모바일 금융 교육을 실시한다. '카카오톡 사용법'과 같은 일상적인 스마트폰 사용법부터 펀드 수익률 조회 등 금융정보 활용법까지, 내용은 다양하다. 하나은행의 아시아선수촌PB센터의 경우 지난해 12월 인근 동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두 차례 시니어고객들을 대상으로한 스마트폰 강의를 실시했다. 전원을 켜는 것부터 문자 전송, 모바일 뱅킹 사용 등 기본적인 활용법을 설명했는데, 고객들의 호응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김혜선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팀장은 "질문이 꼬리를 물면서 두 시간으로 정해진 강의시간을 훌쩍 넘겼다"며 "70대 중반의 고객들까지는 예상외로 스마트폰을 활용하려는 욕구도 크고 습득력도 굉장히 빠르다"고 전했다. 하나은행은 다음달부터 본사차원에서 PB센터 시니어고객들을 대상으로 '손자손녀에게 용돈보내기''더치페이하는 법' 등을 주제로 스마트폰 활용법을 강의할 예정이다. 모바일 뱅킹 업무를 주관하는 E-금융사업부 직원이 직접 PB센터를 방문해 강의를 진행한다. 지난해 10여 차례 강의를 진행한 이후 모바일 뱅킹을 이용한 이체와 조회가 늘어나는 등 상당한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6월부터 상시적으로 '스마트폰 활용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영업점에서 요청이 있을 때마다 실시되는 강좌는 노인정이나 주민센터에서 시니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3G와 LTE 그리고 와이파이의 정의'에서 부터 돋보기, 지도 앱 사용법까지 알려준다.PB센터에서 시니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서비스가 진행되는 건 '은퇴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일정규모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시니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활용방법과 같은 비금융 서비스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금융사의 시니어고객 대상 비금융서비스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바클레이즈는 시니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7000여명을 고용, 교육서비스를 진행했다. 웰스파고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가진 65세 이상 시니어 고객을 대상을 병원예약 및 약처방, 간병인 서비스, 집안관리 등 생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황원경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전세계적인 고령화 진행과 경제력 있는 시니어고객이 증가하면서 해외 금융사의 경우 자산이 있는 시니어고객 관리 강화를 위해 비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빠르게 증가하는 시니어고객에 국내 금융사의 적극적 대응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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