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악보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피아노의 시인 쇼팽,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 그리고 국민화가 얀 마테이코까지. 중세부터 20세기까지 폴란드 예술을 한자리에 모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국내 최초로 개최된다.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은 5일부터 8월 30일까지 12주간 '폴란드, 천년의 예술'전을 연다. 폴란드 독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전시로서 국보급 문화재들이 대거 한국에 소개된다. 박물관은 "전쟁과 침략으로 점철된 격동의 역사 속에서도 찬연히 이어져 온 폴란드의 영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역사와 미술, 음악과 과학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끽 할 수 있는 전시"라고 했다.이번 전시에선 잃어버린 조국, 폴란드에 대한 애정을 담아 주옥같은 음악을 남긴 프레데리크 쇼팽의 친필 악보가 국내에 첫 공개된다. 1830년 쇼팽이 쓴 악보 '마주르카 마장조 op.6 No.3'다. 마주르카는 쇼팽이 폴란드 전통 무곡을 차용해 작곡한 피아노 연주곡으로 폴로네즈와 더불어 폴란드를 향한 그의 마음이 담긴 곡으로 유명하다. 쇼팽이 살았던 시기는 폴란드 역사에 있어 비극의 시대였다. 망명지에서 작곡한 그의 음악은 동시대와 이후 폴란드 예술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줬다. 김승익 학예사는 "쇼팽을 사랑하는 많은 관객들을 위해 특별히 바르샤바 프레데릭쇼팽박물관과 긴밀히 협력해 폴란드 국보급 문화재인 친필악보의 대여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며 "쇼팽이 활동하던 당시 악기인 플레옐 피아노로 연주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장을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코페르니쿠스 초상
얀 마테이코의 '스테판바토리'
쇼팽과 함께 폴란드를 대표하는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유물도 주목된다. 코페르니쿠스가 공부했던 크라쿠프 야기엘로니안 대학박물관의 협력으로 지동설을 주장한 그의 자필원고, 당시 그가 천문관측에 사용했던 도구(아스트롤라베, 토르케툼) 등 코페르니쿠스의 사상과 지동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 흥미로운 자료들이 공개된다. 김 학예사는 "방학을 맞은 많은 어린이, 학생 관람객들에게 교과서 속 도판으로만 보던 16세기 전체 관측기구의 형태와 쓰임을 이해하고 높은 수준의 중세 과학 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중세부터 20세기까지의 폴란드 회화, 조각 등도 개괄하고 있다. 폴란드 전역의 19개 기관에서 출품한 250여점의 작품이 망라돼 있다. 이 중엔 폴란드에서 가장 존경받는 국민화가인 얀 마테이코의 대형 역사화들이 있다. 바르샤바 왕궁 소장의 폭 6미터, 높이 4미터의 '프스코프의 스테판 바토리'의 스케일은 압도적이다. 박물관은 이 작품의 운송을 위해 특수 제작된 프레임과 캔버스를 분리해, 전문 보존 처리사들과 1주일 동안의 준비 작업을 거친 뒤, 역대 가장 높이 제작한 전시장 벽에 원형의 상태로 전시했다.이와함께 15세기 교회 건축이 중심이었던 제단을 장식한 조각과 제단화, 풍부한 색채와 유려한 곡선이 아름다운 성모상들도 비치된다. 16~18세기 폴란드 귀족 특유의 정신문화인 '사르마티즘'이 반영된 복식과 무기, 공예품들도 소개된다. 디자인에 관심있다면, 이 전시에서 소개하는 20세기 폴란드 포스터를 눈여겨 볼만하다. 1950~60년대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폴란드는 그래픽 분야에 뛰어난 작가들을 배출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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