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메르스 안전 홍보하려다 '난감'…현장 의료진들 '혼란 막을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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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빠른 확산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정부가 4일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전문가 세미나를 열었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이 자리에서는 메르스로 인한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현장 의료진들의 지적이 이어졌다.보건복지부 중앙메르츠관리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우체국 10층에서 대한감염학회 등 7개 감염관련 학회와 공동으로 '메르스, 제대로 알고 극복하자'라는 이름의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대중 사이에 근거없이 퍼져 있는 '메르스 공포증'을 해소하자는 이유에서 마련됐다.청중을 대상으로 강연한 전문가들과 패널토론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모두 시민들이 불안해 하는 지역사회 전파와 공기감염 등의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를 진료·간호 하며 다량의 호흡기 비말(飛沫)에 노출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메르스가 지역사회에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으로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거나, 병원 의료진의 자녀들이 위협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김남중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도 "언론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공기감염' 역시 기관지 내시경, 하기도 치료 등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안일 뿐 일반 국민이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지난해 확진자 225명을 분석한 결과 87%가 의료기관 내 감염이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질의응답에 이르자 명확한 현장 지침조차 주지 않는 정부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의료기관 조차 확진·의심환자에 대한 정보접근이 쉽지 않은데다, 현장에서 적용할 구체적 지침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성토였다.소속과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향후 대책을 기대했지만 나오지 않아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근무하고 있는 병원엔 확진·의심 환자가 없지만 국가지정격리병원으로 지정돼 있어 발열·호흡기 환자가 몰려들고 있다"며 "이런 경우 무방비 상태로 메르스 환자가 찾아올 수 있는데 병원에서 알아서 하라는 건지, (환자 발생 병원명을) 왜 알리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경기도 광명시의 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6개월을 체류한 환자가 인후염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왔지만, 당국에서는 체온이 37.5가 넘지 않아 조사가 필요없다고 하더라"라며 "이런 환자들이 다음에 또 찾아 올 때는 돌려보내야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지역사회에 확진환자가 3명이 있다는 거짓 소문이 퍼지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이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토론 패널들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흥섭 교수는 "의료진들 조차 정부로부터 감염의심 환자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하니 의사들끼리 각종 기사 자료를 짜집기 해 대처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복지부가 이같은 구체적인 정보들을 일선의료기관에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김홍빈 교수도 "감염을 우려해 몰려드는 환자들 중 한 명이라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진짜 환자가 있는 경우 더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가능하면 그런 환자들이 섞이지 않을 수 있도록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환자진료병원, 확진환자 진단병원 등으로 나누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이와 관련해 이재용 복지부 과장은 "민·관 합동대책반을 통해 선제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현장 병원에서 사용될 치료지침, 예방지침, 감염관리지침 등에 대해서도 여러 감염관련학회가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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