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먼 그대' 기자간담회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이 자리의 가장 큰 주인은 임영웅 선생님이시고 저는 그저 작은 선물 하나 전달해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작은 선물을 만들어주신 분은 서영은 작가님이십니다."'연기 인생 40년' 윤석화(59)가 '연출 인생 60년' 임영웅(79)을 위해 연극 '먼 그대'를 헌정한다. 윤석화는 26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선생님은 저에게 인자한 오빠 같기도, 아버지 같기도 하다. 선생님의 연출 60주년을 맞아 연극이라는 길에서 선생님과 관객을 통해 배운 것들을 모아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배우 윤석화와 연출가 임영웅, 소설가 서영은(72)이 참석했다. 윤석화와 임영웅의 인연은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1988년 '하나를 위한 이중주'로 만나 2005년 '정순왕후-영영 이별 영 이별'을 공연할 때까지 여러 작품을 함께 하며 배우와 연출가 이상의 관계를 맺어왔다. 임영웅은 "윤석화씨가 (기념공연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해서 서영은 선생의 좋은 작품을 공연하게 됐다. 그러나 (산울림) 극장이 30년 됐고 내가 연출을 시작한 게 60년이라는 건 별 의미가 없다. 다만 나는 작품마다 최선을 다해 좋은 무대를 만들려고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화는 "임영웅 감독의 영양분이 있었기에 내가 감히 리얼리즘을 뛰어넘는 연극을 만들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배우 윤석화
연극 '먼 그대'의 원작은 1983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서영은의 소설 '먼 그대'이다. 마흔을 바라보는 '문자'가 유부남인 '한수'를 만나면서 걸어가는 고통스러운 길을 그렸다. '문자'는 남모르게 내면에 기쁨과 행복을 가꾸며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꿈을 좇는다. 윤석화는 "작품이 얼핏 문자와 한수라는 남녀의 관계로 비쳐지지만 내가 나다운 것을 어떻게 지키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문자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많은 것을 인내했을까? 나는 이만큼 오기까지 40년 동안 연극을 조건 없이 사랑해왔다. 임영웅 선생님도 연극을 사랑한 죄, 관객을 사랑한 죄로 많은 것을 인내했다. 문자를 통해 위로받고 문자를 통해 더 큰 소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서영은의 작품이 극화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는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시대에 이 공연이 반성과 성찰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연극은 연극 자체의 언어가 있으니 원작에 구애받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극은 임영웅 뿐 아니라 윤석화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연기한 지 40주년이 되는 데다 5년 전 '베니스의 상인'으로 무대에 선 이후 처음 출연하는 연극이기 때문이다. 출연자가 한 명뿐인 모노드라마이기도 하며 연출까지 윤석화가 맡았다. 그는 "'먼 그대'는 스토리 중심이 아니기에 모노드라마밖에 될 수 없었다. 주변인들은 문자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포진할 뿐이다. '작가가 왜 이것을 썼을까'를 표현해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모노드라마를 하는 것은 떨리는 일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드리고 싶어 내가 연출을 맡게 됐다. 단순화되면 될수록 어려워질 수 있지만 바로 그때 원작의 묘미가 살아난다"고 덧붙였다.윤석화는 1975년 '꿀맛'으로 데뷔한 이후 1983년 실험극장의 '신의 아그네스'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후 '사의 찬미' '덕혜옹주' '명성황후' 등을 통해 주목받는 연기를 보여줬다. 2013년 영국 무대에 진출해 'Top Hat'으로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작품상 등 3관왕을 석권했다. 오는 11월 자신의 연기 인생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윤석화는 "40년 동안 했던 작품 중 가장 빛난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고를 예정이다"고 예고했다. 1955년 ‘사육신’으로 데뷔한 임영웅은 1969년 국내 초연한 ‘고도를 기다리며’를 45년째 무대에 올린 대가다. 1985년 극단 산울림을 만들어 한국 연극계 발전에 기여했다. '먼 그대'는 6월18일부터 7월5일까지 공연한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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