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 나이로 로드FC 데뷔전 승리…7월엔 일본서 가와구치와 대결
'나이든 남자들도 행복은 있다'
최무배[사진=로드FC 제공]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오른발을 내밀고 오른팔을 들어 검지로 하늘을 찌른다. 허리까지 살짝 비트니 1977년 미국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속 존 트라볼타(61)가 따로 없다. 군데군데 피가 얼룩진 케이지가 순식간에 30여 년 전 디스코 무대로 바뀐다.최무배(45ㆍ최무배짐)는 이길 때마다 이 세리머니를 한다. 딱딱한 인상에 말투마저 무뚝뚝하지만 일상이 즐겁고 상쾌한 선수다. 학창시절 자신을 매혹시킨 디스코 리듬이 귓가를 울리면 지금도 몸부터 흔든다. 젊은이들로 가득한 클럽을 찾아 새로운 리듬도 갈구한다.케이지에서 '피버 포즈'를 다시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마흔다섯 살. 격투기 선수로 전성기가 한참 지난 나이다. 자칫 사고를 당할 수도 있어 주위의 만류가 심했다. 최근 쓸개 제거 수술을 받은 그의 복귀를 중년의 '객기'나 일탈로 치부했다. 최무배는 그들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꿈도 못 꾸나?"그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아마추어 레슬링을 했을 때도 쉰 살까지 매트에 오르겠다고 마음먹었다. 나이 좀 먹었다고 죽기야 하겠나." 주위의 우려를 무시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이룬 것을 한순간에 날릴 수도 있지 않나. 이력에 금이 가면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걱정했다." 하지만 최무배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자기 삶을 갉아먹는 실수'를 한다고 믿었다. 그가 친형처럼 따르는 복싱코치이자 영화배우 김영호(48) 씨의 응원도 힘이 됐다. "복싱을 조금만 일찍 배웠어도 전설의 선수가 됐을 텐데. 지금도 늦지 않았어. 덤벼봐." 최무배는 기술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100kg급에서 동메달리스트답게 그라운드에서 몸놀림이 날렵하다. "체력은 떨어져도 기술은 지금이 정점일 수 있다. 그냥 썩히기에 아깝지 않나?"
최무배[사진=로드FC 제공]
최무배는 후회 없이 샌드백을 두들겨 '부산 중전차'가 낡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지난 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로드FC 데뷔경기에서 루카스 타니(36ㆍ브라질)를 1분45초 만에 TKO로 제압했다.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즐기려고 했다. 열심히 준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로드FC는 그를 해외에서 처음 개최하는 대회의 전면에 내세운다. 7월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열리는 '로드FC 024 in JAPAN'이다. 최무배는 일본의 베테랑 가와구치 유스케(35ㆍ일본)와 경기를 한다. 가와구치는 종합격투기 전적 16승9패, 특히 2008~2009년 8연승을 달렸다. 최무배는 한국인 최초로 프라이드FC에 진출해 4승1패를 기록했다.하지만 최무배의 눈은 일본보다 먼저 40~50대 아저씨들을 바라본다. "나이 많다고 주저하는 그들이 '남자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싶다." 그는 다짐했다. "세상은 나이든 남자들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를 부여하는 것에 인색하다. 청년도 어른도 노인도 아닌 어정쩡한 자리지만 당당히 내 행복을 찾겠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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