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촉발된 유통 대기업 간 '쩐(錢)의 전쟁'이 '전략 싸움'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연간 8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면세점 시장 진입을 위해 기업들의 신경전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간 합종연횡 카드까지 나왔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3곳의 신규면세점 사업권에 대한 입찰이 오는 6월1일부터 진행된다. 대기업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신규로 따낼 수 있게 된 것은 15년 만의 일이다. 이르면 7월 중 대기업 2곳, 중소·중견기업 1곳의 신규 사업자가 선정되는데 롯데백화점, 호텔신라,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SK네트웍스,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등 유통 대기업이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는 예상치 못한 합작법인 설립으로 기선제압에 나섰다. 양사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 진출을 위해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설립,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을 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하고 연면적 28만㎡의 국내 최대 면세점을 짓겠고, 대형버스 1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옥외주차장 설립 등 부대시설에 대한 계획을 내놨다. 호텔신라 측 관계자는 "이번 합작은 재계의 화합 사례일 뿐 아니라, 현재 침체돼 있는 용산 전자상가의 상권 부활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입찰 가능성을 높였다는 의미에서 이번 합작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세련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현대산업 용산 아이파크몰의 지리적 강점과 호텔신라의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 더해져 입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9시27분 현재 호텔신라는 전 거래일 대비 13.08% 급등한 11만1500원, 현대산업은 10.79% 오른 6만5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입찰참여 의사를 밝힌 다른 업체들도 지리적 여건과 관리환경 등을 고려한 수싸움에 돌입한 상태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도 이번 입찰 참여를 전제로 입지 선정을 고민중이다. 연말에 소공동 롯데면세점 사업권이 종료되는 데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시장 성장에 따른 적극적인 진입에 나선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 동대문 등 롯데가 보유한 유통채널을 후보로 검토중인 상황이다. 현대백화점은 강북 지역 대비 면세점이 적은 강남 지역(무역센터점)을 면세점 부지로 최종 선정했다. 앞서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많은 서울 동대문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신촌점, 목동점 등 4곳을 후보지로 저울질해왔다. 코엑스 단지가 관광특구로 지정된데다가 특급호텔 3곳, 카지노, SM타운 등 최적의 관광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관광객 유치에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현대백화점 측 설명이다. 한국전력 부지 개발에 따른 시너지 창출 기대감도 고려됐다. 이밖에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중인 SK네트웍스와 신규 진입에 나선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등이 시내 면세점 진출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은 지난 2010년 4조5000억원,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으로 해마다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8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2%나 급성장했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롯데(3곳), 호텔신라(1곳), 워커힐(1곳), 동화(1곳)등 총 6곳의 면세점이 운영중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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