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뉴스]수지-이명박 음모론에 역시나 등장한 '그 짤방'

☞ [짜장] (1) '과연 정말로'라는 뜻의 순우리말 (2) 춘장을 볶은 중국풍 소스. 짜장뉴스는 각종 인터넷 이슈의 막전막후를 짜장면처럼 맛있게 비벼 내놓겠습니다. 과연? 정말로?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이민호와 수지 열애소식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한 눈돌리기용이라는 음모론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습니다.이명박 정부 5년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해외 자원개발 기업 29곳에 '일반융자' 형식으로 2800억원 넘는 돈을 빌려줬다는 보도가 나오자 정부가 해당 이슈의 확산을 막기 위해 특급 스타의 열애설을 터뜨리도록 언론을 조종했다는 건데요. 이 음모론은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본지 이슈팀이 온라인에서 관련 게시물을 살피던 중 특정 게시물이 지난 23일부터 여러 커뮤니티로 급속 확산됐다는 사실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수지-이민호 열애 보도에 대한 정부 개입 의혹을 제기한 게시물. 출처 = 오늘의 유머

수지·이민호 열애소식이 알려졌던 23일 한 온라인 유머 커뮤니티에서 처음 작성된 이 게시물은 뽐뿌, SLR클럽 등 주요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파되며 음모론을 확산시켰습니다. 현재 원본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입니다. 해당 글에는 이명박 정부의 2800억 퍼주기 기사의 링크, "그럼 그렇지…"라는 코멘트와 함께 한 장의 방송 캡처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이 캡처 이미지는 지난해 4월24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패널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나왔던 자료화면인데요. 해당 이미지에는 해양수산부 대형사고 위기대응 매뉴얼에 적힌 '충격상쇄용 기사 아이템 개발'이라는 문장이 강조 표시돼 있습니다.이 캡처 이미지는 지난 1년간 정부의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시물에 들어가는 '단골 짤방'이 됐습니다. 연상 심리학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수지 관련 게시물에 해당 이미지가 삽입돼 있다면 충분히 정부 음모론을 떠올릴 만도 하네요. 고의적으로 음모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작성된 글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만 여러 매체가 기사화하고 네티즌간의 설전이 오가는 등 온라인에서의 후폭풍은 엄청 났습니다. 물론 이 음모론은 사실이 아닙니다. 수지-이민호 열애 소식을 단독 보도한 디스패치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억지 추측을 삼가해달라는 호소글을 올렸습니다. 디스패치는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아예 MB의 자원 외교 비리 의혹 기사를 링크하며 "열애설 때문에 보지 못했다면, 여기 있습니다"고 당당하게 음모론을 불식시켰습니다.음모론이라는 이슈를 무분별하게 확대·재생산한 언론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습니다. 미디어 오늘이 보도한 '이명박 비리 덮으려 수지·이민호 열애 기사 터뜨렸다고?'를 한번 읽어보시죠.

북풍 음모론을 패러디한 글. 출처 = 루리웹 캡처

걸핏하면 음모론을 제기하는 일부 네티즌을 꼬집는 패러디물도 등장했습니다. 루리웹 유머 게시판에 등장한 '수지..이민호..연애는.. 박근혜 정부의 .. 음모'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대표적입니다.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부하의 대남 사이버 공작을 옆에서 지켜보며 "리민호 말고 이민호라고 간나XX"라며 호통을 친다는 내용입니다. 해당 게시물에 들어간 이미지는 북풍 공작론을 비꼬는 게시물에서 자주 보이는 것이네요.결론적으로 연예특종과 정부 음모론의 연관설은 왜 나오는 걸까요.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국가정보원 댓글조작사건 등 정부 개입이 실제 확인된 사안들에서 비롯한 대언론, 정부 불신 풍조가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이겠죠.하지만 네티즌들이 비논리적인 거대 음모론에 맞장구를 칠수록 우리 손으로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주체의식과 바꿔야 한다는 책임감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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