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 캐스팅보트 쥔 아랍·중도 정당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총선 결과 양대 정당인 우파 리쿠드당과 좌파 시온주의 연합이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온주의 연합과 리쿠드당 뒤를 이어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랍계와 중도 성향 정당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셈이다. 그리스 일간 하레츠는 투표가 끝난 직후 집권 리쿠드당과 시온주의 연합이 똑같이 27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다음으로 아랍계 정당 연합인 조인트리스트가 13석, 야이르 라피드 전 재무장관이 이끄는 중도 성향의 예쉬 아티드당이 11석, 또 다른 중도 성향인 쿨라누당이 10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선거 전 마지막 하레츠의 여론조사에서는 시온주의 연합이 25석을 얻고, 리쿠드당은 22석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후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며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연정 구성을 위한 과반 의석(61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3~5위를 차지한 3개 정당을 모두 시온주의 연합이 포섭해 연정을 출범시키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예쉬 아티드당의 라피드 당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연정을 구성했다가 의견 충돌을 일으켜 연정을 박차고 나온 인물이다. 따라서 이번에 그는 시온주의 연합을 이끌고 있는 노동당의 이삭 헤르조그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과 함께 시온주의 연합을 구성한 하트누아당의 치피 리비니 당수도 네타냐후 정권에서 법무장관을 지내다 네타냐후와 갈등을 일으켜 이번 총선에서는 헤르조그와 손을 잡은 인물이다. 조인트리스의 아이만 오데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직후 "우리는 우파 정부가 구성되는 것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아랍계 정당들은 전통적으로 좌·우 어느 정부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는 경향을 보였는데, 오데 대표는 투표를 하루 앞둔 전날에는 시온주의 연합을 이끌고 있는 노동당을 지지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쿨라누당의 경우 이번 총선 유세 과정에서 내세운 공약들이 노동당과 유사점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컨대, 3~5위를 차지한 정당들이 우파인 리쿠드당보다는 좌파인 시온주의 연합에 약간 기울어있는 상황인 셈이다. 네타냐후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1위를 차지해 먼저 연정 결정권을 갖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연정 구성 협상을 선점해 현재 시온주의 연합 쪽으로 기운 정당들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꿈이 좌절되고 시온주의 연합이 정권을 창출해 헤르조그 노동당 당수가 총리에 오를 경우 중동 지역 긴장감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은 1990년대 팔레스타인과의 중동 평화협상을 이끌었다. 1994년 오슬로 협정을 맺어 당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기구(PLO) 의장과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던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시몬 페레스 외교장관이 모두 노동당 출신이었다. 헤르조그도 집권하면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네타냐후는 유세 마지막 날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에는 팔레스타인 국가는 없을 것이라며 재집권시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노선을 고수할 것임을 천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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