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도시락'의 시베리아 횡단記…현지화로 '국민식품' 반열
차와 케이크 즐기는 문화…오리온 '초코파이'에 빠지다
러시아 소비자들이 팔도 '도시락'을 시삭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국내 식음료업체들이 러시아 루블화 가치 추락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팔도와 오리온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루블화 가치 추락에 따른 수익 악화를 현지 생산ㆍ판매로 흡수하고 있어서다.18일 관련업계 따르면 러시아의 시장 불안요소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팔도의 성장세가 거침없다. 1997년 블라디보스토크에 깃발을 꽂은 팔도는 지난해 도시락으로 1억7771만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년(1억6912만달러) 대비 5.07% 성장했다.현재 러시아에서 '국민식품'으로 통하는 도시락은 1991년 부산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 선원들이 맛을 보게 되면서 우연처럼 시작됐다. 당시 부산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선원들과 보따리상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도시락은 수요가 계속 늘기 시작해 1997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무소를 개설하며 수출을 본격화했다. 특히 러시아가 1998년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철수했지만, 팔도는 잔류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 것이 러시아인들에게는 어려울 때 의리를 지킨 기업으로 기억되고 있다. 1999년에는 모스크바 사무소를 개설하고 2000년대 들어 도시락의 판매량이 연간 2억개에 육박하면서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기로 결정, 2005년 모스크바 인근 라멘스코예 시에 생산시설을 준공했으며, 2010년에는 리잔 시에 제 2공장을 준공해 총 8개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다. 김범준 팔도 해외영업이사는 "도시락이 한국 컵라면 중에서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것은 현지화를 통해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공급한 것이 이유"라며 "도시락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을 강화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 역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오리온은 4774만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년(3890만달러) 대비 22.4% 성장했다. 오리온이 러시아로 처음 진출한 시기는 1990년대 초반이다. 부산을 중심으로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의 초코파이 구매 붐이 일면서부터다. 1993년에는 처음으로 초코파이를 직접 러시아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국내생산 제품의 수출로 시작된 러시아 진출은 2006년 현지 공장 설립으로까지 이어져 본격적인 현지 공략에 돌입했다. 현재 뜨베리와 노보 두 곳의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오리온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은 오리온 초코파이에게 천혜의 시장"이라며 "대형할인점 한 구역을 초콜릿 제품들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의 초콜릿을 즐겨먹는 문화, 차(tea)와 케이크를 즐겨먹는 식습관, 마쉬멜로우를 특히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에게 이 모두를 한꺼번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 바로 오리온 초코파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초코파이 외에도 초코송이, 고래밥, 고소미 등이 러시아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러시아는 물론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덧붙였다.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러시아에 장기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현지생산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만 루블화 가치 추락, 서방과의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 불안요소가 많아 투자시기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신중한 검토가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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