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거장 임권택 감독(79)의 102번째 영화이자 명필름 창립 20주년 기념작 '화장'이 공개됐다.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에서는 '화장'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화장'은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는 한 중년 남성의 내면을 그린 영화로 김훈의 소설 '화장'을 원작으로 한다. 중심인물인 오 상무(안성기)는 죽음의 문턱에 선 부인(김호정)을 정성껏 돌보면서도 젊은 여직원 추은주(김규리)의 육체를 끝없이 떠올린다. 영화는 내내 남편의 도리와 남자의 욕망 사이에서 고민하는 남성을 쫓는다. 임 감독은 "오 상무처럼 우리들은 안으로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끄러워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 유혹에 빠져들어 마음이 수시로 요동치곤 하는데 그런 인간의 모습을 영화에 드러내려 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가장 촬영하기 힘들었던 장면으로 '화장실 씬'을 꼽았다. 오 상무가 화장실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부인을 씻기는 장면이었다. 그는 애초에 배우들의 반신만 촬영하려 했다. 관객이 보이지 않는 장면을 유추하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남겨두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는 "추함 속에서도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사실감 있는 장면을 찍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전신을 찍기로 다시 마음 먹었다. 임 감독은 "전신을 찍어야 관객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배우 김호정을 설득했다. 고민 끝에 완성된 장면에 임 감독은 만족하고 있었다. 그는 "목표한 대로 잘 찍혀서 그 장면이 영화를 빛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이처럼 임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많이 애쓰고 갈등했다. 그는 "김훈 선생의 힘차고 박진감 넘치는 문장을 어떻게 영상으로 옮길 것인지 고민했다. 그것을 해내지 못했을 때 열패감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가장 궁금해 한 것도 '영화가 과연 사실감 있게 표현됐는가'였다. 해외 시사회 때 한 서양인 의사가 각 장면들이 실제 병원에 있는 환자의 모습과 비슷하다 말했을 때 그는 "그 의문이 풀려 기뻤다"고 떠올렸다. 임 감독은 이번이 102번째 영화이지만 아직도 관객의 반응을 예상하기 어려움을 고백했다. 그는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닿았을지 빨리 질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4월 9일 개봉)임온유 기자 io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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