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과거 중국에서 결혼이란 신랑 집안의 대(代)를 잇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따라서 결혼식은 신랑 가족 중심으로 치러져 신랑ㆍ신부가 신랑측 부모에게 절하는 자리에 신부측 가족은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옛날에는 신랑ㆍ신부 가족이 돈이나 선물을 주고 받는 게 상례였다. 돈이 많이 오갈수록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지는 것으로 인식됐다.그러다 1949년 중국공산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검약이 강조됐다. 신부의 혼인 지참금은 이부자리나 자전거 같은 실용품으로 바뀌었다. 하객은 축의금 대신 자기 식량 배급표를 내고 잔칫상에 앉았다.1980년대 들어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결혼식은 다시 화려해지기 시작했다. 식장은 신랑집에서 호텔로, 신부복은 빨간 전통 예복에서 하얀 드레스로 바뀌었다.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2월 28일자)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연간 1300만쌍이 결혼한다. 이에 결혼산업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급성장했다. 요즘은 중국에서 웨딩 플래너를 흔히 접할 수 있다. 미국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코스모 브라이드'는 10년 전 중국어판을 발간하기 시작했다.가장 최근 자료인 2011년 통계를 보면 중국인들의 평균 결혼 비용은 1만2000달러(약 1320만원)다. 이는 일반 도시 가구 연간 소득의 배가 넘는다. 1990년 이래 중국 젊은이들의 평균 결혼 연령이 2.5년 높아져 부모가 자식 결혼에 대비할 시간은 그만큼 더 늘었다.결혼 풍속도의 변화는 중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인류학과의 얀윈샹(閻雲翔) 교수는 "중국의 가족사에서 사상 처음 조상이나 부모가 아닌 자식이 중심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신혼 부부 대다수는 30여년 전 '한 자녀 정책' 도입 이후 태어난 이들이다. 자식이 한 명이다보니 부모의 지출 여력은 더 커졌다.미국 네바다 대학 라스베이거스 캠퍼스 인류학과의 윌리엄 잰코위악 교수는 "요즘 중국의 젊은이들이 배우자 선택에서 사랑을 중시한다"며 "부모보다 배우자를 우선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이처럼 중국의 남녀가 정혼이나 중매가 아닌 사랑으로 연결되고 있지만 상하이(上海) 인민광장에서는 부모가 자식의 배우자를 찾는 '결혼시장'이 주말마다 선다.지난달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타블로이드 신문 미러에 따르면 결혼시장은 전통 중매의 변형이다. 부모들은 나이ㆍ키ㆍ학력ㆍ수입ㆍ사주 등 자식의 프로필을 들고나와 며느리감이나 사위감 찾기에 나선다. 결혼시장은 혼기 찬 자식에게 짝을 찾아주려는 중장년층으로 북적댄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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