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차관보급 고위인사 이례적 동시 방한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미국과 중국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차관보급 인사가 이례적으로 동시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그동안 미ㆍ중이 첨예하게 맞섰던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16일 외교부에 따르면 15일 방한한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18일까지 머문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16일부터 1박2일간 한국을 찾는다. 공식 목적은 카운터파트인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 면담과 조태용 외교부 1차관 예방이다. 류젠차오 부장조리는 16일 우리 당국자들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이번 방한에서 그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북핵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미사일방어체계(MD)를 통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전략의 하나라는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사드의 전진배치용 X레이더 탐지거리가 최대 2000㎞이어서 중국 본토를 겨냥한 것이라는 우려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러셀 차관보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위문하고 우리 당국자들과 만나 한미동맹 강화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러셀 차관보의 방한을 계기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미국의 진전된 메시지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전략적 모호성'이다. 외교부는 그동안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 간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국방부도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군사적으로 북한미사일 방어에 유리하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고 있지만 겉으로는 사드배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청와대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리퍼트 대사의 피습사건 이후 여권 일각에서 사드 배치가 공론화되자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1일 "우리 정부의 입장은 3NO(No RequestㆍNo ConsultationㆍNo Decision)"라며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미국이 주한미군에 사드 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맞지만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묘책이 필요한 상황이다.사드가 미ㆍ중 간 군사적 패권 다툼이라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G2 간 국제금융ㆍ경제 분야의 주도권 싸움이다. AIIB는 기존의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WB)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금융기구다. 중국은 AIIB에 창립 회원국으로 가입하려면 이달 말까지 참여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시한을 제시해 놓고 있다. 우리 정부는 가입 여부를 두고 막바지 고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영국이 AIIB 가입을 발표하고 프랑스ㆍ호주 등도 가입을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내놓은 상황이다.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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