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수사에 前 포스코 회장이 거론되는 까닭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검찰이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건설에 대해 전격 수사에 나선 이후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검찰의 수사가 포스코건설 외에 포스코P&S, 포스코플랜택 등 다른 포스코 계열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들 기업들이 받고 있는 혐의들이 모두 공교롭게도 정 전 회장의 재임시절에 발생했던 사건들이기 때문이다.국세청은 정 전 회장 재임 시절인 2013년 9월 포스코P&S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 뒤 1300억원대 탈세 의혹이 있다며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포스코P&S는 포스코가 생산한 철강 제품을 가공·판매하는 업체다. 지난해 4월 포스코 P&S 본사를 압수수색했던 검찰은 최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재배당했다.앞서 포스코는 2010년 3월엔 부도 직전의 플랜트업체 성진지오텍을 무리하게 인수해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했다. 당시 성진지오텍은 부채비율이 1600%를 상회한 데다 2000억원 가까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포스코는 이 회사의 지분 40.38%를 당시 시세보다 2배나 높은 1593억원에 사들여 합병 논란이 일었다. 포스코플랜텍은 최근까지 업황 악화와 사업 부진으로 자본이 잠식되는 등 부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시 MB정권 실세들이 정 전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정 전 회장은 2008년 12월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발령난 지 3개월 만인 2009년 2월 포스코 회장에 선임돼 2014년 3월까지 재임했다. 이 과정에서 박영준 전 차관의 '면접'을 본 사실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고,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경쟁자를 제치고 회장 자리에 낙점받았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2009년 당시 30여개였던 포스코 계열사는 정 전 회장 취임 3년 후인 2012년 70개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세금 포탈 등과 같은 불법들이 자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찰과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때문에 검찰은 포스코가 계열사를 늘리는 과정에 전 정권 실세들의 압력이나 로비가 있었는지 정밀하게 살펴본다는 계획이다.한편 검찰은 지난 13일 포스코건설에 검사 5명이 포함된 40여명의 수사인력을 보내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본사와 임직원 자택을 10시간 넘게 압수수색했다. 포스코건설 해외 현장 임직원들이 2009~2012년 베트남 건설 사업과 관련해 현지의 하도급 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실제 회사가 지불한 하도급 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07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기 위해서다.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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