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의 정부 심판론은 틀렸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한국경제의 '미필적 고의' 책내 MB비판했던 한은맨, 現정부에 직격탄"연말정산·담뱃값 정부 타협능력의 문제"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한국경제는 미필적고의를 저질렀다.'2011년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 나왔다. 자기 행위로 범죄가 일어날 걸 알면서도 받아들이는 심리 상태.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 dolus eventualis)를 경제관료들이 저질렀다는 것이다. 정부는 뻔히 실패할 걸 알면서 쉬운 선택지를 택한다. 일자리 부족ㆍ물가 상승ㆍ양극화 심화ㆍ부동산 문제 등 구조적 병폐를 푸는 건 쉽지 않다. 첨예한 이해갈등을 조정해야 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그래서 지름길을 찾는다. 금리를 내리고 고환율을 유도하고 토목사업을 일으키는 쉽고 눈에 띄는 정책수단을 쓴다. 이 책의 지은이인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당시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주임교수)은 "당연히 가야하는 길인데도 어렵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그 길을 외면하는 것은 국민의 고통을 키우는 권력의 미필적 고의"라고 주장했다.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어떤가. 정 소장은 당시 지적했던 문제가 조금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개탄한다. 지난 2월26일 만난 그는 "진정한 성장론자는 금리, 환율, 재정 등 거시정책에만 매달리지 않고 자본총량과 가용 노동량 확대, 기술혁신을 위한 법과 제도, 관행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이라며 이같이 덧붙였다. 그는 이명박 전 정부가 단행했던 감세와 고환율, 금리인하 정책은 명백히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그런 정책보다 1%가 성장하더라도 일자리를 늘리는 성장정책을 만들고, 조세개혁을 통해 사회적 투명성을 높이고, '바른 소비' 문화가 자리잡히고,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가 생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정책을 견지하는 박근혜 정부도 사안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연말정산, 담뱃값 인상, 공무원 연금개혁 이슈를 보면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갈등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조정하고 타협을 이루는 게 정부의 역할이죠. 국민과 소통하면서요. 하지만 정부는 즉시 해결이 되는 거시경제정책만을 해법으로 삼으려 하죠. 금리가 높다고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고 민생경제가 힘든 게 아닌데, 이런 정책들은 도움이 되기 어렵습니다."정 소장은 1978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은행에서 금융안정분석국장,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장을 지낸 정통 한은맨이다. 2011년 한은법 1조2항에 '금융안정 책무'가 들어가기 훨씬 전인 2000년대 초반 금융안정보고서를 손수 기획하고 만들었다. 책이 나온지 4년이 흘렀고, 한은맨 명함을 떼고 경제연구소로 자리도 옮겼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궁금할 때 그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강의요청이 쇄도하고 있고 신문에 경제칼럼도 기고한다.특히 그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금융당국은 선수(금융사)를 간섭하는 코치가 아니라 심판 역할만 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당국이 심판이 되선 안됩니다. 게임을 만들고 운동장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게 감독당국이죠. 운동장이 기우뚱하지 않은지도 보고요. 규제와 감독이 불투명한지 아닌지도 살펴보고요. 물론 건전성규제를 엄격히해야 하지만 금융을 '관리'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금융이 제대로 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이나 금융사들의 애로점을 물어보면 금융당국의 불투명성과 규제의 비일관성이 지목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그는 세계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고령화로 인한 수요부족을 꼽았다. 중국도 고령화에 접어들고 있는데다 생산가능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민 정책도 해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민을 받아들인다면, 대체로 기술력이 낮고 경제발전 정도가 덜한 사람들을 오게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렇게되면 한국사회가 더 밑으로 향하게 되죠. 그보다 질좋은 노동을 할 수 있는 인구가 유입되도록 해야 합니다. 출산과 보육의 사회화와 함께 조금 추상적이긴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미래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그의 최근 관심사는 '조세정의'다. 세금 탈루와 조세 회피가 만연하다보니 증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갈등만 심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주의가 일어난 미국에도 엄격하게 소득세포괄주의를 적용해 세금을 걷고 있지만 우린 '소득세 열거주의'이고 이것이 재벌들이 손쉽게 세금을 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는 것이 조세정의의 시작"이라고 역설했다.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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